(2)선거구 조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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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각 정당이나 의원, 출마 희망자들의 관심은 온통 선거구조정 방향에 쏠려 있다.
선거구에 대해서는 민정당이 1구1∼4인제를 공식적인 당안으로 내놓았을 뿐이다. 민주·평민당은 그저 막연히 소선거구제다. △시·군·구 단위에△인구 2O만명을 기준으로 하겠다는것 이외에 구체적인 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선거구를 주장하고 있는 공화당도 이제 시안을 낼 단계에 와있는 정도다.
야당측은 민정당의 1구1∼4인제를 한사코 반대할 작정이다. 민정당안대로 했다간 야당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상 민정당의 선거법시안은 철저한「독식의 논리」에 입각하고 있다. 민정당측은 투표의 등가성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소선거구와 중선거구라는 정치적 문맥이 전혀 다른 선거제도를 혼합했을 뿐 아니라 행정단위를 분할할 수 없다는 기묘한 원칙을 내세워 야당이 유리할 대도시를 중선거구제로 해 여당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만들어놓고 있다.
투표의 등가성을 고려해 인구비례로 1구4인까지 선출하도록 했다고 하고 있으나 전체 2백11개 선거구중 1인선거구가 1백61개, 2인선거구가 41개로 대부분이고 3인 또는 4인을 뽑는 선거구는 모두 9개로 구색을 갖춘데 불과하다.
따라서 민정당안의 골자는 크게는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은 소선거구로 1명씩 뽑고 도시는 2명을 뽑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정부·여당의 행정력·조직력이 힘을 발휘하는 중소도시·농촌은 소선거구로 휩쓸고 야성이 강한 도시에서는 반타작을 하자는 속셈이다.
민정당 의도대로 될 경우 소선거구에서 일부 손실이 있다손 치더라도 대도시의 중선거구에서 하나씩만 건지면 민정당은 지역출신의원을 2백석 가까이까지 바라볼 수 있고 여기에 전국구의석(54석)절반을 합치면 2백∼2백20석까지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개헌선인 전체의석의 3분의2를 넘어 7O%이상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막강한 거대정당이 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야당은 미약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선거 패배 후 가뜩이나 지이감열 상태인 야당은 몇십석의「판자집정당」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평민 양당의 주장대로△인구 2O만명 이하기준△시·군·구단위 소선거구를 할 경우 전국선거구는 2백90개 정도로 늘어난다. 물론 서울등대도시의 구는 인구기준으로 더욱 세분해야한다. 이렇게 되면 민정당안은 서울 22개구48명, 부산 11개구 20명, 대구 7개구 13명, 인천 6개구 8명, 광주 4개구 6명, 대전 3개구 5명등 6대도시 53개구에서 1백명을 선출토록 되어있으나 약 1백2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의 선거구만도 전체의 4O%이상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대도시의 야당 성향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야당으로서는 이 같은 전면적인 소선거구제를 주장해봄직도 하다.
김영삼 민주당총재나 김대중평민당총재 모두 일단 이 같은 소선거구방안을 밀고 있다. 이미 지난 대통령선거때 시·군·구단위로 선거책임자를 임명한 터여서 더욱 그렇게 주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김영삼 총재측은 소선거구가 되어야 승부를 분명히 가릴수 있다며 소선거구제를 강하게 미는 쪽이다. 여당으로서도 대도시에서의 승산만 보이면 소선거구제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지않다. 그들 역시 대통령선거때 소선거구를 전제로 몇갈래「내부공천」을 한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1구2인의 현행선거제도 덕분에 쉽게 동반당선된 현역야당의원들이 치열한 사투를 벌여야하는, 소선거구제에서 당선을 전혀 낙관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야당이 분열된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더구나「1노 3김 현상」이 되풀이될 소선거구를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김씨가 소선거구를 강하게 밀면 밀수록 현역의원들의 당지도부에 대한 반발이 커지게 마련이다. 때문에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중선거구에 대해서도 신축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고 현역의원들은 중선거구를 상당히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일부 중진 의원들조차『협상에 내놓는 안과 내부적인 카드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는 말까지 흘리고 있다.
만약 중선거구가 된다면 소선거구와 전혀 딴판의 정치지도가 그려질 것이다.
현행 92개선거구를 기준해서 보면 13개구가 분구되고 일부 선거구를 조정해 선거구는 1백5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인구수에 따라 2∼4명을 뽑으면 중소도시와 농촌은 거의 2명, 대도시는 3∼4인구가 주축이 될 것이다. 이경우 여당이 대도시 3∼4인구에서 1인 이상 당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그렇다고 지방 농촌지역에서 복삭공천을 하기도 여의치가 않다. 전국구 배분방법이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여당이 원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국회의 원활한 지원아래 새로운 체제를 튼튼히 뒷받침하고 싶은 여당의 정치안정구상에 꼭 합치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에 비하면 야당측으로서는 최소한 절반 가까운 의석을 나눠 가질 수 있게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공화당이 중선거구를 선호하는 이유도 이 제도 아래서만 군소야당이 존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당이나 혁신정당의 원내진출도 보다 용이해질 수 있다.
중선거구가 되면 민주·평민 양당 모두 총선에서 참패는 모면하고 그럭저럭 수십석씩의 정당을 만들어 체면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방안에 대해 현역 야당의원들은 거의 전적인 찬동을 표시하고 있는 반면 새로운 기회의 확대를 기다리는 원외인사들은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선거구를 당논이라며 이들을 이끌어 온 두김씨로서는 겉으론 이 제도를 선뜻 수락할 수 없는 형편이다.
선거법협상이 지지부진하게되면 결국 현행 1구 2인제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의원들까지 있다. 그들은 전국구를 제1당이 무조건 3분의2 차지하게 되어있는 무리한 조항조차 묵인할 태세가 되어있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필사적인 관심이 걸려있는 만큼 선거구문제 조정은 여야의 통상적인 정치협상으로 처리되기는 지난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고도의 정치적 막후절충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여야간의 협상이 난항에 부딪쳐 민정당이 2월 총선을 강행할 경우 1구1∼4인제 또는 전면소선거구로, 4월로 총선이 미뤄지면 여야합의에 의한 중선거구 또는 현행제도가 될것이라는 식의 어림짐작들이 나돌고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여권이 어떤 방향으로 정치구도를 짜느냐는데 달려있는 것이고 야당의 속사정, 여론의 동향들이 변삭노릇을 할 것이다.<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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