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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예술의 핵심은 메시지…삶을 성찰하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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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책임진 데브라 시몬. 10일 ‘2017 세계문화대회’ 참석차 방한한 그가 지난 6월 타임스퀘어에서 길거리 공연으로 펼친 ‘홀로신즈(Holoscenes)’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책임진 데브라 시몬. 10일 ‘2017 세계문화대회’ 참석차 방한한 그가 지난 6월 타임스퀘어에서 길거리 공연으로 펼친 ‘홀로신즈(Holoscenes)’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데브라 시몬(59)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를 거대한 전시장이자 공연장으로 바꾸는 사람이다. 직함은 ‘타임스퀘어 얼라이언스 (Times Square Alliance)’의 공공예술 디렉터. 무용수 출신으로 지난 25년 동안 미국 LAㆍ휴스턴ㆍ워싱턴 등 대도시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담당해왔고, 지난 2월부터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2017 세계문화대회(Better Together 2017)’ 참석차 방한한 그를 10일 만났다. 그는 12일 토크 콘서트 ‘시토크(C!talk) 글로벌’에 연사로 나서 ‘현대 도시에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내는 공공미술의 역할’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2017 세계문화대회] #내가 세상을 바꾸는 방법② #뉴욕 타임스퀘어 공공예술 디렉터 데브라 시몬 #매일밤 60개 전광판 이용해 영상 퍼포먼스 #연간 20여개 전시ㆍ공연… "누드공연은 불허" #

뉴욕 타임스퀘어는 매일 30만명 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공예술 플랫폼인 셈인데,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비영리 단체 ‘타임스퀘어 얼라이언스’에 소속돼있다. 뉴욕 타임스퀘어의 땅 소유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단체다. 광장이라는 공공 장소에서 시각예술ㆍ공연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매일 밤 11시 57부터 자정까지 진행되는 ‘미드나이트 모먼트’가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타임스퀘어의 60개 대형 전광판을 이용해 영상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매달 다른 작품으로 바꾼다. 또 해마다 6개의 공연과 4∼8개의 대형 설치미술 전시를 펼치고 있다.”
올 11월 한달 동안 매일밤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펼쳐지는 영상 퍼포먼스 '미드나이트 모먼트-테라틱 애니미즘(Terratic Animism)'. 광장 주변 60개 전광판이 매일 3분 동안 상업 광고를 중단하고 공연에 참여한다. [사진 타임스퀘어 얼라이언스]

올 11월 한달 동안 매일밤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펼쳐지는 영상 퍼포먼스 '미드나이트 모먼트-테라틱 애니미즘(Terratic Animism)'. 광장 주변 60개 전광판이 매일 3분 동안 상업 광고를 중단하고 공연에 참여한다. [사진 타임스퀘어 얼라이언스]

작품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메시지다. 공공예술을 통해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또 그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를 고려한다. 날씨 변화가 심한 야외 공간에서 작품의 구조와 기능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나.
“현재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이슈를 다루려고 한다. 단순히 어떤 작품을 보고 ‘아, 이거 예쁘다’라고 느끼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작품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게 만들고, ‘도시 속의 나’‘세계 속의 나’를 바라볼 기회를 만들어내고 싶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는 올 2월 발렌타인데이 무렵 전시한 설치미술 작품 ‘우리도 한때 이방인이었다(We Were Strangers Once Too)’를 사례로 들어 그가 타임스퀘어 공공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출신 국가와 숫자를 새겨넣은 기둥을 모아 하트 모양으로 만든 작품이다. 뉴욕은 이민자들이 함께 만든 도시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올 6월 1∼3일 길거리 공연으로 펼친 ‘홀로신즈(Holoscenes)’를 “관객 호응이 대단했던 작품”으로 꼽았다. “사흘 동안 9만2000여명이 관람했다”면서 “다섯 명의 아티스트들이 물탱크 속에 들어가 공연하며 사람들이 매일매일의 삶 속에 어떻게 빠지는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삶을 성찰할 기회를 준 작품”이라는 것이다.

올 2월 뉴욕 타임스퀘어에 전시된 설치미술 작품 '‘우리도 한때 이방인이었다(We Were Strangers Once Too)’. [사진 타임스퀘어 얼라이언스]

올 2월 뉴욕 타임스퀘어에 전시된 설치미술 작품 '‘우리도 한때 이방인이었다(We Were Strangers Once Too)’. [사진 타임스퀘어 얼라이언스]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하나.
“공공장소인 만큼 ‘가족 친화(Family-Friendly )를 염두에 둔다. 누드공연은 불가능하고, 특정 정치인을 편들거나 비판하는 공연도 안 된다.”

그는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지만 “한국의 공공예술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3년 전 첫 방문 때는 경유지로 3시간가량 머무른 게 전부였고, 이번에도 10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청주로 와 행사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행사장인 청주 옛 연초제조창에 대해 “역사가 살아있는 환상적인 공간”이라며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을 표현하기 더없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청주=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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