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 김광석 사건, 쏠림 문화 넘어서는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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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故) 김광석씨의 부인 서해순씨가 “딸을 일부러 숨지게 했다”는 김씨 친형의 의혹 제기가 있었고, 경찰이 이를 오랜 기간 수사한 끝에 어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서씨의 유기치사 및 사기 혐의에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많은 명곡을 남기고 요절한 스타에 관한 수사였기에 세간의 관심이 뜨거웠다. 영화를 비롯해 몇 가지 정황증거로 재구성한 스토리라인이 그럴듯했기에 특히 온라인 여론은 매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무죄추정이 아니라 유죄추정의 원칙이 작동하는 가운데 답답한 세상에 대한 ‘분노의 해방구’ 구실까지 했다. 디지털 공간이 주도하는 사회여론의 건강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할 기회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댓글로 대표되는 디지털 세상은 두 얼굴의 야누스 신(神)을 연상케 한다. 일면 21세기 민주주의의 전위대다. 정의감에 불타는 디지털 전사들은 권위주의에 맞서고 ‘사이버 수사대’ 역할을 자임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중우(衆愚)정치로 잘못 흐를 가능성이 있듯이 디지털 민주주의 또한 극단적이면 사회의 건강성을 훼손한다.

혐의를 벗은 서씨는 자신을 고발한 김광석씨 친형 김광복씨와 의혹을 제기한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반면 의혹을 제기한 친형과 이 기자는 이 사건에 대한 의구심을 여전히 풀지 못했다. 상당수 네티즌도 수사 결과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오래전 사건이어서 규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총력을 기울인 경찰 수사 결과를 일단 존중하는 것이 신뢰사회에 정도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진실은 차치하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회의 위험성을 일깨운 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