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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중소벤처부 장관의 자질 보여주지 못한 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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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열렸다. 홍 후보자는 여당의 적극적인 지원 사격을 받으면서 때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때로는 몸을 낮춰 사과했다. 세금을 낮추기 위한 ‘쪼개기 증여’에 대해선 “당시 총선 때문에 깊숙이 관여하지 못했다”고 피해 갔고, 부인과 13세 딸이 맺은 비상식적인 금전소비대차계약은 딸에게 현금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깨끗하게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과다한 상속·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을 비판하면서 상속·증여세 강화를 주장하고 관련 법 개정에 동참했던 홍 후보자의 언행 불일치와 ‘세(稅)테크’ 기술은 여전히 국민의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청문회에서 중소벤처 정책을 이끌어갈 만한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보여 줬는지도 의문이다. 자신의 강점을 묻는 질의에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에서 보고 들은 현장 경험을 내세웠다. 을지로위원회는 사회적 약자인 ‘을(乙)’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만든 민주당 기구인데, 을의 입장을 무리하게 거들면서 과도하게 정치적 압력을 행사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홍 후보의 답변을 지켜보던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을지로위원회가 경제 전체를 균형 있게 보지 않고 한쪽 시각에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좀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을 ‘암세포’에 비유하기도 했던 홍 후보자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이 정부 들어 차관급 이상만 7명이 낙마했다. 홍 후보자가 야당의 희망대로 8번째 낙마자가 될지는 청와대 결정에 달렸다. 그는 정부가 50명가량의 장관 후보 중에 추리고 추려서 내놓은 인물이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찾으니 인력풀이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무역협회장 등 민간 단체장에 노무현 정부 관료들이 임명되고 있다. 온갖 적폐청산에 목청 높이는 이 정부도 적어도 낙하산 인사만큼은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