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폭탄 No'… 제조·보유·사용·거래 전면 금지법 의회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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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파편이 튀는 폭탄을 완전히 금지하는 나라가 됐다. 벨기에는 대인지뢰 금지법을 도입한 최초의 나라이기도 하다. 벨기에의 이 조치는 대인지뢰를 금지하는 국제조약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벨기에 의회는 16일 파편이 튀게 해 인명을 살상하는 폭탄의 제조.보유.사용.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압도적인 표 차로 통과시켰다. 장애인협회 등 벨기에 주요 단체들은 이 같은 의회의 결정에 대해 "역사적인 조치"라며 일제히 환영했다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전했다.

일반인에게는 지뢰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평가되는 폭탄 때문에 지금도 매년 수천 명의 사람이 희생되고 있다. 폭격기나 대포로 발사되는 폭탄의 5~30%는 즉시 터지지 않고 훗날 민간인들이 그것과 접촉할 때 폭발해 파편이 튀기 때문이다.

현재 폭탄은 세계 34개국에서 200여 종이 생산되고 있는데, 미국이 최대 생산국이다. 국제장애협회에 따르면 지금도 20여 개국에서 과거 분쟁 기간 중 사용됐던 불발탄들이 시민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이라크와 코소보, 페르시아만 국가에서는 이미 수천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는 2003년 이후 이라크에서만 200만 개의 폭탄이 투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벨기에 의회가 폭탄을 금지시켰지만 장갑차만 공격하는 이른바 '인텔리전트 폭탄'은 예외로 했다고 르몽드는 덧붙였다. 이번에 제정한 법의 취지가 민간인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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