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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아키에 여사 '진주 접대'에 멜라니아 떨떠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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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가 5일 도쿄(東京) 긴자(銀座)에 있는 진주 매장을 방문, 양식 진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가 5일 도쿄(東京) 긴자(銀座)에 있는 진주 매장을 방문, 양식 진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1)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63)와의 골프 회동으로 역사적인 아시아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 두 정상이 도쿄 외곽 골프장에서 2시간에 걸친 라운딩을 하는 동안, 도쿄 도심 긴자에서는 부인들의 ‘퍼스트레이디 외교’가 펼쳐지고 있었다.

일본 주간지 여성세븐은 9일 ‘아키에 여사의 진주 외교…멜라니아 여사는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시의 미묘한 분위기를 전했다.

당일 아키에 여사(55)와 멜라니아 여사(47)는 유명 진주매장인 긴자의 ‘미키모토’ 본점을 방문했다. 잡지는 “아키에 여사는 올 2월 방미 때 멜라니아 부인에게 미키모토 진주 귀걸이를 선물했다. 그 연장선에서 멜라니아를 미키모토 본점으로 초대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일본 방문 직전, 일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진주 가게로 안내한 게 과연 적절했느냐’는 우려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1일 일본 미키모토 본점의 재개관 기념식의 테이프 커팅 모습. [중앙포토]

지난 6월1일 일본 미키모토 본점의 재개관 기념식의 테이프 커팅 모습. [중앙포토]

1953년 도쿄 긴자4가의 미키모토 본점 정문 옆에 창업자 미키모토 고키치의 업적을 기리는 ‘진주왕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중앙포토]

1953년 도쿄 긴자4가의 미키모토 본점 정문 옆에 창업자 미키모토 고키치의 업적을 기리는 ‘진주왕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중앙포토]

미키모토 창업자인 미키모토 고키치(1858~1954). [중앙포토]

미키모토 창업자인 미키모토 고키치(1858~1954). [중앙포토]

이는 트럼프가 방일 하루 전인 4일 하와이 미군시설에 들른 것을 염두에 두고 나온 말이다. 당시 트럼프는 트위터에 ‘Remember #PearlHarbor’(진주만을 잊지 말라)란 글을 올렸었다.

1943년 12월 7일 하와이 진주만 습격 때 격침된 오클라호마호의 잔해. [사진제공=사진가 권태균]

1943년 12월 7일 하와이 진주만 습격 때 격침된 오클라호마호의 잔해. [사진제공=사진가 권태균]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공격은 미국인 사이에선 반일(反日)의 정신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치욕의 날’로 기억되고 있다. 그래서 방일 전 하와이를 방문해 트위터로 진주만을 언급한 상황에서 멜라니아를 진주 매장으로 안내하는 것은 자칫 물의를 빚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멜라니아를 미키모토 매장으로 안내하기로 이미 결정했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난감했다고 한다.

잡지는 한 일간지 기자를 인용, “설마 방일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진주만’을 언급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진주를 테마로 접대해 자칫 두 국가 간 알력이나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도했다.

진주 양식장에서 일하는 해녀들과 만난 아키에 여사(왼쪽 둘째)와 멜라니아 트럼프(왼쪽 셋째). [AP]

진주 양식장에서 일하는 해녀들과 만난 아키에 여사(왼쪽 둘째)와 멜라니아 트럼프(왼쪽 셋째). [AP]

이어 “경호 문제 때문에 갑자기 멜라니아의 일정을 변경할 수도 없었다. 멜라니아는 진주 양식장에서 일하는 해녀들에게 ‘몇 m 가량 잠수하나요’라고 물어봤지만 그의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키모토 매장에서 일정을 마친 뒤 아키에 여사가 “진주는 마음에 드셨나요?”라고 질문하자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는 멜라니아 여사. 그러나 여성세븐지은 “정작 그는 아무 것도 구입하지 않은 채 가게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10일 미일 정상회담 이후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뉴스1]

지난 2월 10일 미일 정상회담 이후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뉴스1]

사실 아키에 여사와 트럼프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이야기를 미국 언론에 전했다. 만찬장에서 아키에 여사 옆자리에 앉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키에는) 영어를 하지 않았다. ‘헬로’조차도 하지 않았다” “곁에 일본어 통역이 있었는데, 만약 없었다면 꽤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한 정치 분석가는 “유럽과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에 우호적이지 않다. 이 점을 의식해서 ‘아키에 여사가 실제로는 영어를 할 줄 아는데 트럼프를 상대하기 싫어서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는 백인우월주의자로, 일본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보도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치 아키에 여사를 영웅처럼 보도한 언론도 있었지만 트럼프와 멜라니아가 아키에 여사를 평소 그런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가 됐다. 이번 방일 외교에서 다소 껄끄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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