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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발끈한 '독도 새우' 알고 보니 아베도 대접한 닭새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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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가 한·미 정상 만찬 때 내놓은 독도 새우.

청와대가 한·미 정상 만찬 때 내놓은 독도 새우.

청와대가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한 국빈 만찬에 ‘독도 새우’ 요리를 내놓으면서 새우가 한·일 관계의 민감한 상징으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가 발끈하며 항의까지 했지만 막상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양국에서 먹은 새우는 이름이 똑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닭새우 내놨다” 밝혀 #만찬 새우 직접 잡았다는 어부는 #“닭새우 아닌 도화새우였다” 주장

독도 새우는 독도 주변에서 잡히는 꽃새우, 닭새우 등을 일컫는 말로 종(種)이 아닌 산지(産地)를 강조한 표현이다. 청와대는 만찬상에 독도 새우가 들어간 잡채를 내놨다. 청와대가 재료 선택의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인 이용수 할머니도 만찬에 초대된 만큼 독도 새우가 일본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일본에 도착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도쿄 긴자의 고급 철판구이 음식점 ‘우카이테이(うかい亭)’에서 미에(三重)현 아래 태평양에서 잡힌 이세새우(伊勢海老)로 만든 비스크(수프의 일종)를 먹었다.

이세새우는 흔히 ‘닭새우’로 부른다. 머리가 닭의 볏을 닮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만찬에 내놓은 독도 새우는 닭새우”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설명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에서 같은 이름의 새우를 먹었다는 얘기다. 다만 일본의 닭새우가 독도 주변의 닭새우보다 덩치가 크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요리로 등장한 독도 새우를 자신이 직접 잡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어부도 등장했다. 경북 울릉군에서 17년째 새우를 잡아 판매하는 박종현(46) 천금수산 대표는 “만찬에 오른 크기의 독도 새우는 울릉도·독도 인근에서만 잡힌다”며 “울릉도에서 독도 새우를 잡는 어선 2척 중 서울에 납품하는 곳은 우리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설명과 달리 청와대 만찬에 오른 건 도화새우와 닭새우(가시배새우), 꽃새우(물렁가시붉은새우) 등 3종의 독도 새우 가운데 도화새우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구매처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표로부터 새우를 구입한 도매업자 서동국(46) 독불수산 대표는 만찬 이틀 전인 지난 5일 정장 바지 차림의 세 명의 남자가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와 경기도 고양시 인근 인적 드문 국도에서 독도 새우 5㎏을 구입한 기억을 떠올렸다. 서 대표는 “분위기가 묘하긴 했지만 따로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니 청와대 관계자라고 확신할 순 없다”며 “하지만 그런 식의 거래가 매우 특이한 방식이라는 건 확실하다”고 했다.

서울=허진 기자, 포항=김정석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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