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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정치시대」의 서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l2·16대통령선거를 치른 87년은 바보상자라고 천대받아온 TV가 선거전의 총아로등장, 「TV정치시대」의 개막을 알린 한해였다.
비록 대권주자간의 TV대토론은 무산됐지만 TV보급률이 95%를 넘어선 현실에서 지난 2∼12일까지 방송된 후보자·연설원의 TV유세는 드라마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 「대통령제조기」(킹 메이커) 로서 TV의 정치적 기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TV유세는 또 종래의TV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고수위의 발언을 안방에 직접전달, 「말의 자유를 통해 사회적 응어리를 가시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TV유세가 정책제시나 후보자인물부각 보다는 인신공격만 난무했으며 1회 TV사용료가 5천5백만원으로 너무 높았다는 의견.
TV정치시대의 서곡이 울린 것은 6·29선언 전후. 4·13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시민들의 피플 파워가 전국을 휩쓸면서 사회적 공기인 TV에 현실의 쟁점을 다루는 토론프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졌고 6·29이후 민주화의 대세속에서 『금요토론』『진단 87』『생방송전화를 받습니다』 등의 토론프로가 정규 편성됐다.
TV토론프로들은 그동안 여야합의개헌·노사분규·문민정치등의 쟁점을 다루어 왔는데 토론문화가 아직 뿌리내리지 않은 탓에 진행의 미숙·출연자선정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올해의 TV뉴스는 85년 2·12총선때의 왜곡·편파보도라는 망령을 떨치려는 노력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정치적 해빙기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그동안 금기시됐던 특정정치인과 재야인사들이 자유롭게 (?) 화면을 누볐으며 특히 K-1TV의 『9시뉴스』는 6·29직후 여야 각 정당의 총재들과 영상대담을 가져 TV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한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선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양TV가 특정후보의 인물부각을 위해 후보간 등시간 원칙을 무시하거나 화면을 교묘하게 조작,「기술적」편파보도를 했다는 비난을 받기도해 보도의 공정성 문제가 앞으로 TV가 안고 있는 최대의 숙제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관련, 80년 언론통·폐합으로 선교방송만으로 기능이 축소됐던 CBS의 뉴스와 협찬광고 방송이 부활돼 방송민주화의 중요한 실적을 남겼다.
이밖에 TV쇼프로들이 6·29 이후 시청률 경쟁때문에 퇴폐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으로 화면을 현란하게 채워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또 TV드라마도 대부분이 현대도시를 배경으로한 사랑타령으로 일관, 동시대의 삶을 형상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M-TV 미니시리즈 『불새』가 윤리성 논쟁을 일으켜 TV드라마의 표현자유 문제가 선명하게 부각되기도 했다.
코미디는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 「탁하고 치니까 억하고 죽었다」「회장님이 부도수표때문에 조사를 받고있다」「내년 2월이면 각관청·학교마다 사진들이 많이 바꿜 것」이라는등 사회현실을 풍자한 내용들이 많았으며 코미디의 풍자성을 확보하도록 소재 제한이 철폐돼야 한다는 「코미디 기대논」이 높았던 것도 올해 TV의 큰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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