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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사람 많지만 계약은 적어|외제차 수입허용···그후의 상황을 살펴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외제승용차를 타고 싶어 문의를 해오는 사람은 많지만 주위의 눈이 무서워서인지 막상 계약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지난7월 2천cc이상의 외제승용차에 대한 수입자유화조치이후의 분위기를 말해주는 대리점관계자의 말.
현재 외국유명회사들과 수입대리점 계약을 맺은 업체는 10여개사.
그 가운데 한성자동차(수입차종은 벤츠), 코오롱상사(BMW), 대우자동차(캐딜랙), 효성물산(아우디), 한진(볼보), 동부산업(푸조), 기아서비스(링컨 콘티넨틀)등이 활발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각 회사별로 교통부와 환경청의 검사가 끝나면 고객에게 바로 넘겨주기로 한댓수는 현재 각각 10∼30건, 모두 1백여대 정도에 이른다.
업계관계자들은 작년말 현재 내국인소유 외제승용차등록댓수가 3천여대인 점을 감안, 내년도 전체수요량은 1천∼1천5백대선으로 잡고있다.
대기업·국영기업체·중소기업체의 사장과 연예인·전문직업인등이 수입대리점업계가 판촉대상으로 삼는 주된 고객층.
이달말께 이미 주문받은 12대중 6대를 인도해 주기로 한 대우자동차의 한관계자는 『외제승용차를 찾는 사람은 아무래도 가격이 1억원대를 맴돌기 때문에 재력은 물론 그만한 사회적 지위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재벌그룹이나 국영기업체에서 VIP용 및 외국손님 접대용으로 사겠다고 타진해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8만대이상의 르망을 미국시장에 수출할 대우로서는 대미통상압력과 자본합작회사인 GM과의 관계를 고려, 캐딜랙·뷰익등의 미제자동차를 적극 팔지 않을수 없는 입장이다.
벤츠 수입대리점인 한성자동차에서는 『외제차 하면 벤츠를 떠올릴 정도의 성가때문에 오히려 판매에 지장을 받고있다』고 하소연.
지난7월이후 벤츠 구입의사를 밝혔거나 계약을 맺었던 기업체사장들이 전국적인 노사분규를 겪고난 후 벤츠라는 이름이 근로자들에게 줄 적대감을 감안, 계약을 취소한 사례가 속출했다는것.
현재 계약댓수는 당조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25대정도에 불과.
그러나 한성측에서는 국내에 이미 등록된 9백여대의 벤츠가 대부분 10년이상된 중고차이기 때문에 대체수요에 힘입어 판매가 순조로울것으로 보고 내년목표를 2백대로 잡고있다.
BMW를 수입하는 코오롱상사는 지난10일 서울신사동에 전시장을 개설, 하루 20여명의 손님을 맞아들여 12대의 계약실적을 올렸다. 연말까지 20여대쯤 인도할 예정.
코오롱상사 장기원 자동차사업부장은 내년 목표를 5백대로 잡으며『지금 국산 중형차를 가진 사람들이 정국안정후 마음의 부담없이 더 좋은 차를 찾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봐서 연간 자동차판매량의 2%정도인 1만여대는 외제차가 차지할것』이라고 전망.
이와 함께 한진의 볼보가 최근 2∼3개월새 기업체·전문직업인·부동산업자등을 상대로 8대정도 계약됐고 동부산업의 푸조 역시 만만치않은 추격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기아서비스가 미포드사의 링컨콘티넨틀·세이블등을, 해태상사가 이탈리아의 피아트를 들여오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적은 없는 상태.
여기에다 일본의 도요타·닛산·혼다·스즈키등이 한국진출을 서두르는 형편.
업계에서는 외제차시장이 앞으로 세분화돼 가면 GM의 캐딜랙 이 대미통상마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아 정부기관·극영기업체쪽에 많이 팔리고 벤츠·BMW등은 나이든 대기업 경영자측에 많이 선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포철이 이미 대미통상마찰 완화차원에서 GM으로부터 8대를 외빈접대용으로 주문해놓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볼보나 푸조등은 값이 상대적으로 싼 5천만∼6천만원대선이므로 40∼50대의 중소기업인에게 인기를 끌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외국승용차의 위협이 현실화되자 현대·대우·기아등 자동차3사들은 내년의 1천∼2천cc급 승용차 개방에 대비, 비상체제에 돌입.
물론 3사들은 국내에서 소형·중형차가 외제에 비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애써 자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신모델개발, 전사원의 판매요원화, 고객서비스 개선등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이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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