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직 두루 거친 공안통 … 정권 바뀐 뒤 검사장 승진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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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훈(48) 검사는 대표적 ‘공안통’이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사법연수원 23기)한 뒤 수원지검 공안부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울산지검 공안부장이었던 2009년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사건의 현장수사를 지휘했다. 직접 투신 현장에 가 보고 부검에도 참여했다.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던 2012년에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패널과 나경원 당시 새누리당 의원 사이의 고소사건을 수사했다.

숨진 변창훈 검사는 누구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수사 지휘 #박근혜 정부 때 공안기획관 발탁 #최근 친구에게 “참담, 죽고 싶다”

공안 분야의 요직을 거친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국가정보원에 법률보좌관으로 파견돼 1년10개월 동안 그곳에서 일했다. 이후 전국의 공안사건에 관여하는 대검 공안기획관이 됐고, 2016년 1월에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로 발령받았다.

그는 지난 8월 검찰 인사 때 검사장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연수원 동기 중 일부는 검사장이 됐는데 서울고검 검사로 오히려 좌천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근혜 정부 ‘공안라인’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검찰 내 ‘적폐’로 분류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는 주변에 사직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정원은 검찰 수사에 대비해 ‘현안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변 검사 등 파견 검사 3명이 이에 참여했다. 검찰은 이들이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비해 국정원 심리전단과 관련 없는 사무실을 심리전단이 쓰던 곳처럼 꾸미고 심리전단 직원들이 거짓 증언·진술을 하는 데 도운 혐의가 있다고 보고, 공무집행방해·위증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지난 2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이 영장에 대한 실질심사가 법원에서 열리기 한 시간 전에 투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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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근무해 온 한 검사는 “검찰 조사를 받는 내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그의 고교 동창(변호사)은 “이틀 전에 통화했는데 ‘죽고 싶다, 참담하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재직 중 따뜻한 마음과 빈틈없는 업무 처리로 두터운 신망을 받아 온 변창훈 검사의 불행한 일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비통한 심정이다. 고인과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호진·손국희·박사라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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