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따고 문어 잡고 … 독도에 살어리랏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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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9일 독도의 어민 숙소로 이주한 김성도(오른쪽)·김신열씨 부부가 자신들의 배 독도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독도경비대 제공]

독도경비대를 빼곤 민간인 거주자가 없어 무인도 시비에 휘말렸던 독도가 다시 유인도가 됐다.

독도에 주민등록을 둔 김성도(66).김신열(69)씨 부부가 10년 간의 타향살이를 끝내고 19일 독도 서도로 다시 이삿짐을 옮겼기 때문이다.

울릉도 출신인 김성도씨는 1965년 독도의 첫 주민인 고 최종덕씨와 서도에 집을 짓고 살며 어로작업을 했다. 91년엔 주민등록상 주소지까지 독도로 이전했다. 그러나 태풍으로 집이 무너져 96년 울릉도로 나왔다가 이번에 10년 만에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김씨부부는 우선 7월까지 이곳에 거주할 예정. 석달간 사는 데 필요한 경유(30말)와 식수(30말), 쌀과 부식, 어로장비 등을 울릉군 행정선(27t)에 싣고 이날 오전 6시 울릉도 저동항을 떠나 오전 10시쯤 독도에 닿았다. 자신들의 배인 '독도호'(1.3t)도 행정선으로 예인한 채였다.

이삿짐을 나르느라 동행한 울릉군청 김상민(37)씨는 김씨부부가 독도에 도착한 뒤 "너무나 오고 싶었다"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남편 김성도씨는 독도호로 서도와 동도를 한번 선회하며 10년에 다시 찾은 독도땅에 대한 신고식을 대신했다. 독도경비대는 김씨에게 긴급 연락용 무전기를 전했다.

이들의 거처는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산 20번지인 서도의 어민 숙소. 반지하까지 3층인 어민 숙소는 2층에 방 3개, 1층에 다용도실.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다. 발전기가 설치돼 세탁기.냉장고 사용은 물론 TV로 전 채널을 볼 수 있다.

김씨 부부는 독도 주변에서 미역.소라.문어 등을 채취하면서 생계를 꾸릴 예정이다. 독도경비대 박상현(25.경위) 대장은 "김씨 부부가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철통 경비를 펴겠다"고 다짐했다. 김씨 부부가 오랜 세월 독도로 돌아오지 못한 데는 딱한 사정이 있다. 유일한 생계수단이던 배가 97년 폐선됐고, 2003년에는 태풍 '매미'로 어민 숙소마저 부서졌다. 이를 전해들은 시인 편부경(51)씨가 모금운동을 해 지난해 3월 독도호를 마련해줬고, 포항해양수산청은 지난해 10월 어민 숙소를 말끔히 재단장했다.

김씨 부부의 이사를 축하하기 위해 22일엔 이의근 경북지사가 독도를 찾아 이들의 집에 문패를 달아 줄 계획이다. 김씨 부부와 독도경비대원 등을 모아 현지 반상회도 연다. 마침 22일은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을 지정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송의호.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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