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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슈트 68타 주장 트럼프의 진짜 골프 실력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골프장으로 가서 아베 신조 총리, 프로골퍼 마츠야마 히데키와 라운드를 했다. 그만큼 골프를 좋아한다. 트럼프는 골프장 등의 부동산 사업으로 성공했다. 그의 골프 실력은 어떨까.

타이거 우즈 “18홀 내내 걸었다”며 실력 언급 안해 #트럼프 “멀리 똑바로 친다. 퍼트도 아주 잘 해” #배우 사무엘 잭슨 “트럼프는 속인다” #골프협회 공식 기록엔 평균 78.7타 #"멀리건, 컨시드 많아 80대 중반 타수일 것"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라운드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라운드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최근 미국 골프협회 핸디캡 정보 네트워크에 ‘10월 17일 68타를 쳤다’고 기록했다. 대통령이 된 후 골프 협회 사이트에 68타라고 기록한 것은 의미가 있다. 71세인 트럼프에게는 에이지 슈트가 되는 것이다. 에이지 슈트는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를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에이지 슈트는 젊은 사람은 불가능하다. 타이거 우즈도 안 된다. 60대에 들어서야 가능성이 생긴다. 건강과 실력, 재력 등 여러 가지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
딱 한 번 잘 치면 가능한 홀인원과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에이지 슈트를 필사의 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트럼프는 68타를 쳤다는 골프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 골프 기자들은 코스레이팅과 슬로프레이팅을 보고 찾아냈다. 워싱턴 D.C. 인근 우드몬트 컨트리 클럽 남코스 시니어티다. 백악관에서 30분 정도 거리의 회원제 골프장이다. 유대인들이 주를 이루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입회를 고려하고 있는 골프장이기도 하다.
이 골프장 남코스 시니어티는 5457야드에 파 72로 매우 짧다. 파 5홀 4개의 전장은 각각 413, 414, 421, 468야드다. 291야드의 파 4홀, 93야드의 파 3홀 등이 있다. 이 정도로 짧으면 쉽다. 특히 파 5홀이 이렇게 짧으면 “285야드를 친다”고 주장하는 장타자 트럼프에게는 파 68처럼 쉬워지게 된다. 그렇다 해도 아마추어가 4언더파 68타를 치는 것은 어렵다.
트럼프는 이외에도 60대 타수를 여러 번 쳤다고 했다. 특히 꽤 어려운 트럼프 팜비치 골프장의 아마추어 최저타 기록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블루 티에서 66타라는 거다.
트럼프는 골프 교습서도 냈다. 2005년 『트럼프. 내가 받은 최고의 골프 레슨들』 이라는 책을 냈다. 유명 프로골퍼인 아널드 파머, 필 미켈슨, 비제이 싱 등의 골프 조언을 소개했다. 인상적인 것은 배우 마이클 더클러스에게서 받은 조언이다. 더글러스는 “스윙 중 템포가 중요하며 와이프 이름 케서린 제타 존스를 말하면서 스윙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내가 항상 똑바로 멀리 치고, 퍼트를 아주 잘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트럼프의 실력이 그렇게 훌륭한 걸까. 트럼프 대통령과 라운드 해본 프로골퍼들은 “잘 친다”고 한다. 로리 매킬로이는 “80타 정도 친 것 같다” 했다. 타이거 우즈는 “18홀 모두 걸어서 완주했다”고만 얘기했다. 렉시 톰슨은 “나이 치고는 꽤 멀리 친다. 250야드 정도”라고 평가했다.
일반인이 60대 타수를 기록할 실력이면 엄청난 실력이다. 그러나 엄청나게 잘 친다고 얘기하는 선수는 없었다. 그냥 담담하게 잘 치는 편이라는 정도였다. 대통령과 골프 치고 나서 실력이 형편없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골프를 좋아하며 트럼프와 몇 차례 라운드를 해 본 배우 사무엘 잭슨은 “트럼프와 당신 중 누구의 골프 실력이 더 좋은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속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속인다는 말이다.
역시 트럼프와 함께 라운드를 한 저명한 스포츠 저널리스트 릭 라일리는 “그의 속임수를 1부터 10까지의 점수로 표현하면 11에 해당한다”고 표현했다. 그는 “트럼프는 자기 혼자서 본인에게 컨시드를 주고 공을 2개 쳐서 좋은 공의 스코어를 카운트한다”고 했다. 68타를 쳤다는 얘기가 나온 후 그는 “피노키오 대통령이 68타를 쳤다고 했다. 엄청난 거짓말이다. 만약 그가 68타를 친다면 (보수주의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마약쟁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지난달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시상식에 참가한 트럼프 [REUTERS]

지난달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시상식에 참가한 트럼프 [REUTERS]

워싱턴 포스트도 트럼프의 골프 친구 몇몇의 증언을 토대로 비슷한 보도를 했다. 이른바 ‘알까기’를 하며 스코어를 속이는 일이 너무나 많아서 함께 라운드하는 사람까지도 스코어를 속이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트럼프는 이런 속임수 증언들에 대해 모두 강력 부인했다.
타이거 우즈를 가르쳤던 교습가 행크 헤이니는 “트럼프의 백스윙은 너무 안쪽으로 들어오고 어깨가 수평으로 회전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다운스윙에서 이를 교정해서 잘 맞추기는 한다”고 분석했다. 잘 치기는 하지만 백스윙의 기초는 나쁘다는 것이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망가지기 쉽다. 트럼프는 이를 셀프 멀리건 등으로 만회한다.
70대의 그가 드라이브샷을 285야드 친다는 주장도 골프계에서는 믿지 않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의 68타는 첫 라운드에서 38타를 쳤다는 김정일과 비교될 것이라며 비꼬았다.
트럼프가 골프협회에 보고한 최근 20회의 평균 타수는 78.7타였다. 모든 스코어를 보고할 의무는 없다. 자신이 원하는 스코어만 내면 된다.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트럼프는 잘 친 스코어들만 냈을 거라고 본다. 그 것도 멀리건과 먼 거리 퍼트 컨시드가 포함된 오염된 스코어카드일 것이라고 본다. 잘 해야 80대 중반의 스코어라는 것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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