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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대, 작년 학내 벤처 21개 창업 지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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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히람 사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3일 서울 신촌 연세대에서 열린 YVIP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그는 ’대학교가 창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연세대]

히람 사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3일 서울 신촌 연세대에서 열린 YVIP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그는 ’대학교가 창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연세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만든 벤처캐피털(VC) ‘옥스퍼드 과학 혁신 기구’는 학내 벤처캐피털 중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지원금 5억9000만 파운드(약 8610억원)를 운용 중인데, 이는 교내에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학생과 벤처기업에 쓰일 예정이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 한 해에만 21개의 학내 벤처기업이 학교에서 분사했다.

연대서 ‘기업가 정신’ 콘퍼런스 #대학서 벤처캐피털 8610억 운용 #학생들 창업 모든 단계 도와줘 #실리콘밸리 기업들 모방은 무리 #선배 기업인들의 멘토링 도움돼

히람 사멜 옥스퍼드대 교수는 3일 서울 신촌 연세대 경영관에서 열린 ‘21세기 성장동력인 기업가 정신’ 콘퍼런스에서 “학생들이 기업가 정신을 기르고 실제 창업에서 성공할 수 있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체는 바로 대학교”라고 강조했다.

영국에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업을 연구하는 사멜 교수는 옥스퍼드대를 예시로 들며 “대학교는 ▶프로그램 교육(멘토링·창업 교육·콘퍼런스) ▶공간(공유 오피스·창업가 네트워크) ▶자금(초기 창업 비용·상업화 과정)을 지원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비옥한 창업 토양’을 다져야 하는 국가와 대학교의 역할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IT 기술·기업의 산실인 실리콘밸리가 미국 서부에서 자리 잡는 데는 스탠퍼드대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연세대 경영대 YVIP(연세 창업 혁신 프로그램)가 주최한 이 날 콘퍼런스에는 사멜 교수를 비롯해 기업가 정신을 연구하는 세계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싱가포르국립대(NUS)의 기업가정신센터장인 포 캄 웡 교수, 폴 레이놀즈 영국 애스톤대 교수, 조직생태학의 선구자인 하워드 알드리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프랑스 명문 경영대학원 인시아드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헨리 그레브 교수 등이 국내 교수진·학생들과 함께 기업가 정신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 석학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점은 단기간 내에 큰 성공을 거둔 벤처기업들의 방식을 일반 기업들이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워드 알드리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꼭 스타트업의 정답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알드리치 교수는 “소수의 유니콘 기업들의 화려한 성취만으로 미국의 기업가 정신을 이해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천문학적인 투자와 성장률 등 일반적인 기업 모델에는 적용할 수 없는 요소가 많다”며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성공한 스타트업)이나 가젤 기업(설립 5년 이하의 고성장 기업) 같은 실리콘밸리 방식의 기업들을 일반화시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별 창업 생태계 비교 연구로 유명한 폴 레이놀즈 교수는 “국가의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가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정부와 기업가가 창업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10가지’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주장을 폈다. 그는 1988년부터 2004년까지 100여 개국의 창업 데이터를 분석하는 ‘글로벌 기업가 정신 모니터링’(GEM) 조사를 총괄하고 있다.

레이놀즈 교수는 “각 기업이 받는 재정 지원 규모와 해당 기업의 수익을 비교해보면 꼭 지원을 많이 받는 기업이 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창업했다가 포기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규제 때문에 관뒀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 미국에선 1600만 명, 한국에선 150만 명이 창업에 뛰어들었거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창업의 사회적인 비용을 최소화하고, 설사 중간에 관두더라도 새로운 창업이나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을 용이하게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 캄 웡 싱가포르국립대(NUS) 교수는 “교실에서 이뤄지는 학습 대신 투자자를 만나고 선배 기업인들에게 멘토링을 받는 것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며 “싱가포르 대학교들도 기업가정신 교육을 크게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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