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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뭐였더라?" 사람잡는 패스워드

미주중앙

입력

디지털 시대속에서 요즘은 개인당 10여개 가량의 아이디와 패스워드 등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온라인 보호 강화 정책으로 저마다 패스워드 설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패스워드를 암기하는 게 쉽지가 않다.

디지털 시대속에서 요즘은 개인당 10여개 가량의 아이디와 패스워드 등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온라인 보호 강화 정책으로 저마다 패스워드 설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패스워드를 암기하는 게 쉽지가 않다.

#. "아…뭐였더라" 오랜만에 모바일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던 이은진(36)씨는 머리를 감쌌다. 패스워드가 떠오르지 않아서다. 기억을 더듬어 생각나는 대로 패스워드를 입력해봤다.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 '잘못된 패스워드(incorrect password)'라는 표시만 떴다. 심지어 부정확한 정보를 연달아 써넣은 탓에 어카운트가 일시적으로 잠겼다. 비상시 패스워드를 찾기 위해 입력했던 이메일도 정확히 기억이 안 났다. 은행에 전화해서 잠긴 어카운트를 푸는데만 반나절. 이씨는 "패스워드를 2~3개 정도 돌려 쓰는데 요즘은 패스워드 설정이 특수문자까지 넣어야 해서 너무 복잡해졌다"며 "아이디와 패스워드만 10여 개라서 종이에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특수문자·대문자·8자리 이상
잊을 확률 ↑·재설정도 골치
디지털 시대 10여 개 외워야
상속법 '디지털 자산'도 화두

#. 애플사의 태블릿 제품을 구입했던 김인규(50)씨. 이 제품은 초기 사용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설정해야 한다. 태블릿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김씨는 실수로 누른 '리셋' 버튼 때문에 원상복귀를 위한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필요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 봐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 때문에 애플리케이션도 다운로드 받을 수 없었다. 김씨는 "애플 매장에 갔더니 태블릿이 '내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게 필요한데 영수증을 가져오지 않으면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결국 태블릿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디지털이 실생활과 밀접해지면서 '패스워드(password)'가 사람을 잡고 있다. 은행 계좌, 각종 요금 납부, 이메일, 회사 인터넷, 학교 어카운트, 비디오 스트리밍, 소셜네트워크 등 개인당 많으면 10여 개 이상의 온라인 어카운트를 갖고 있다 보니 수많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일일이 기억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특히 요즘 들어 사이버 신분도 용 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금융기관 및 각 웹사이트의 패스워드 설정 규정이 강화되자 사용자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몇 예로 패스워드 설정시 특수 문자와 영문 대문자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거나, 패스워드는 무조건 8자리 이상, 1년 내 사용했던 패스워드는 다시 설정할 수 없어 새로운 패스워드를 기입해야 한다. 수차례 잘못된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어카운트가 정지되는가 하면, 새로운 패스워드를 설정하기 위한 핀넘버를 우편으로 받아야 하는 경우 등 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패스워드를 잊어버리면 그야말로 낭패를 겪는 이유다.

최근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7명(65%)이 패스워드를 기억하는 방법으로 "암기에 의존한다"고 했다. "종이에 적어놓는다"(18%), "컴퓨터나 모바일에 저장해둔다"(6%)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암기에 의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패스워드를 잊어버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성인 5명 중 2명(39%)은 "수많은 온라인 어카운트로부터 패스워드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고 답했다. 또, 4명 중 1명(25%)은 "복잡한 패스워드를 기억해내는 건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상속 관련 분야에서는 최근 '디지털 자산'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다. 노년층의 온라인 사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사용자가 사망할 경우 유산 및 유언장 등이 컴퓨터나 태블릿에 저장됐을 경우 자녀가 이를 정리하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박영선 변호사는 "사망한 사람의 이메일이나 SNS 정보를 열기 위해서 정보에 접근하려는 사람이 유언 집행인으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재판소의 판결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특히 금전적 가치가 있는 디지털 자산이라면 말할 것도 없기 때문에 유고시 누가 이를 관리할지, 자산에서 나오는 이익은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지를 미리 정확히 규정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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