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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순실 보도 터지자 … 안봉근, 국정원에 “돈 보내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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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1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 고 있다. 검찰은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이 중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1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 고 있다. 검찰은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이 중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청와대 인사들에게 전해졌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문제의 ‘상납’이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중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 전 기조실장 등 진술 확보 #우병우 처가 땅, 미르재단 의혹 확산 #작년 7월 “당분간 중단” 전화한 듯 #매달 1억 외 추가 금품 수수도 조사 #안봉근·이재만 구속영장 청구 방침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최근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 돈 전달 관련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여름 안봉근 당시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국정원으로 전화해 ‘안 되겠다. 당분간 돈 전달은 하지 마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검찰이 안 전 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당시 청와대 측과 국정원 관계자의 자금 흐름을 확인한 결과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상반기부터 매달 1억원씩 건네진 국정원 특수활동비 지원이 2016년 7월을 기점으로 끊긴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7월은 ‘우병우 처가-넥슨 땅거래 의혹’ 보도(7월 18일), ‘미르·K스포츠재단 청와대 개입’ 보도(7월 26일) 등 청와대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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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안 전 비서관이 국정 농단 관련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자 국정원 돈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상납을 중단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다급히 돈을 차단시킨 것은 사건에 연루된 청와대 인사와 국정원 측 모두 이렇게 돈을 주고받는 게 불법이란 인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안 전 비서관이 매달 1억원씩 상납받은 것과 별개로 추가 금품을 받은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으로부터 개인적으로 돈을 더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로 더 받은 부분에 대해선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500만원씩을 건네받은 혐의가 있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전임자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신동철 당시 정무비서관 조사에서 “국정원 측으로부터 매달 800만원씩을 받아 300만원은 내가 사용하고 500만원을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에 대해 뇌물수수·국고손실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지난달 31일 긴급 체포된 두 사람의 체포 시한은 2일 오전까지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이날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사찰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비선 보고를 했다는 국정원의 추가 수사 의뢰가 있었고, 그 내용을 검토한 결과 구속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추 전 국장은 문성근·김미화씨 등 정부 비판 연예인 퇴출 공작을 하고 문체부 간부 및 시중은행장 등을 사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만복 “노무현 정부 땐 한 푼도 안 줘”=이번 수사와 관련해 야당에서는 “과거에도 국정원 돈을 청와대에 지원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노무현 정부의 김만복 전 원장 때의 문제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김 전 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에선 국정원에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고, 국정원 역시 특수활동비를 한 푼도 주지 않았다”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커서 그런 일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 내부엔 해당 직원이 어떤 이유로 얼마의 돈을 썼는지 다 기록된 자료가 있다. 다만 비밀 유지가 필요해 국회 정보위 등에 알릴 때는 ‘해외 정보 활동’처럼 축약해 보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인이나 기관에 국정원 돈이 현찰로 전용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일훈·손국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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