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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상복 차림에 현수막 들고 “방송장악 저지”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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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8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다시 현수막 시위가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북핵규탄 UN결의안 기권 밝혀라’ ‘북 나포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공영방송 장악음모 밝혀라’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자리 앞에 내걸었다. 검은 정장을 입고 왼쪽 가슴에 ‘근조’라고 쓴 리본을 달고 자리에 앉은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의석에 있는 노트북PC에도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라고 쓰인 A4용지를 붙였다.

구호 적힌 A4용지로도 대통령 압박 #민주당선 38분 연설 중 박수 23차례 #문 대통령, 연설 전 홍준표 대표 만나 #“오늘은 오셨네요” “여긴 국회니까요”

지난 6월 12일 추가경정예산안 협조를 요청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에서도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는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날 38분간의 연설에서 모두 23차례 박수가 나왔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민주당이 박수를 주도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은 간간이 박수를 쳤다.

연설 중간 한국당 의원들은 기립시위도 했다. 문 대통령 연설이 종반부를 향해 가던 10시31분 한국당 의원들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뒤 문 대통령을 마주 보고 탁상 앞에 걸어뒀던 대형 플래카드를 잘 보이도록 높이 들어올렸다. 문 대통령이 국가유공자의 생활비 인상, 일반병사 봉급 인상 등을 강조하고 있었을 때였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뒷줄 왼쪽부터)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한 본회의장에 한국당 의원들은 근조라고 쓴 리본을 단 검은 정장을 입고 나왔다. 노트북엔 ‘방송장악 저지’라고 쓴 종이를 붙이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뒷줄 왼쪽부터)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한 본회의장에 한국당 의원들은 근조라고 쓴 리본을 단 검은 정장을 입고 나왔다. 노트북엔 ‘방송장악 저지’라고 쓴 종이를 붙이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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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장엔 긴장감이 흘렀지만 문 대통령은 표정 변화 없이 한국당을 바라보며 연설을 이어갔다.

연설을 끝낸 뒤 문 대통령은 예상 밖의 행보를 했다. 국무위원들과 인사한 뒤 여당 의석 대신 한국당 의원들 쪽으로 퇴장하면서 악수를 청했다. 이를 보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환호를 보냈고, 한국당 의원들은 당황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대통령은 항의 현수막을 들고 있던 의원들은 물론이고, 서청원·이철우·정갑윤·원유철 등 한국당 중진 의원들과 웃으며 악수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민의당 쪽으로 가서 김동철 원내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 박지원 의원 등과 악수를 했다. 다시 발걸음을 바른정당 쪽으로 옮겨 유승민·김무성 의원 등과 인사했다. 김무성, 주호영 원내대표와 악수할 때는 팔꿈치를 토닥였다. 이어 정의당 노회찬·심상정 의원, 이정미 대표, 무소속 이정현 의원 등과 골고루 악수한 뒤 본회의장을 떠났다. 문 대통령이 야당 의석을 돌 때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여기도 와 주세요”라고 외쳤고, 이재정 의원도 “파이팅입니다”라고 했다.

시정연설 전 문 대통령은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만났다.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단과 함께 20여 분 동안 따로 가진 차담회에서였다. 홍 대표를 본 문 대통령은 “오늘은 오셨네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홍 대표는 지난 7월과 9월 청와대의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홍 대표는 “여기는 국회니까요”라고 대답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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