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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장 활동비, 매달 007가방 담아 안봉근·이재만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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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뢰 혐의로 긴급 체포된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3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뢰 혐의로 긴급 체포된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3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안봉근(51) 대통령 제2 부속비서관, 이재만(51) 대통령 총무비서관에게 ‘국정원장 개인 특수활동비’가 건네진 사실을 확인하고 용처 등을 수사 중이다.

검찰, 전 국정원 간부 진술 확보 #두 사람이 현찰 요구, 총 40억 간 듯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조사 계획 #조윤선·현기환도 월 500만원 받아 #체포된 안봉근·이재만 “기억 안 나”

수사팀 관계자는 “국정원 특수활동비에서 할당된 원장 개인 활동비를 국정원 측에서 매달 1억원씩 두 비서관에게 각각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31일 말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국정원 측은 현금 1억원 다발을 ‘007가방’에 넣은 뒤 직원을 시켜 두 비서관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들은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은밀하게 돈 가방을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상납’이 2013년부터 올해 초까지 계속돼 40억원 이상이 청와대 측에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헌수(64)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두 전직 비서관이 국정원 측에 직접 현찰을 요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돈의 사용처 확인 등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조윤선(51)·현기환(58) 전 정무수석이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를 월 500만원씩 수천만원씩 받아 쓴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공무원 신분이었던 이들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두 비서관은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지만, 국정원이 현금을 건넨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뢰 혐의로 긴급 체포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3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뢰 혐의로 긴급 체포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3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2015년 4782억원, 2016년 4860억원, 2017년 4930억원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다른 19개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2017년 기준 3289억원)를 합친 것보다 많다. 하지만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대공·방첩 등 안보와 관련돼 ‘비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매년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선 제외된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장에겐 전체 특수활동비 중 매년 수십억원가량이 할당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은 남재준(2013년 3월~2014년 5월), 이병기(2014년 7월~2015년 3월), 이병호(2015년 3월~2017년 6월) 전 원장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원장 개인에게 할당되는 특수활동비는 용처를 기록하거나 영수증을 남기지 않아도 돼 마음만 먹으면 현찰화해 쓸 수 있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최근 검찰이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댓글부대, 친정부 보수단체 등에 특수활동비가 쓰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중 10억원가량을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게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약 4년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일하며 국정원의 예산과 인사 부문을 총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오전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을 체포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 조 전 수석과 지난 정부의 국정원장 등 10여 명의 집을 함께 압수수색하고 이들을 출국금지했다. 이날 체포돼 서울중앙지검에 압송된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굳은 표정으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정호성(48)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다.

검찰은 현금화돼 청와대로 흘러간 국정원장 특수활동비가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파악하고 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 전직 비서관이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는지 다른 용도로 사용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선거 지원을 위한 것이라면 폭발력이 있을 것이고, 박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으로 쓰였다면 더 큰 문제다”고 주장했다.

손국희·박사라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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