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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메소드' 윤승아가 겪은 "황홀한 기억상실"은?

중앙일보

입력

[매거진M] '메소드' (11월 2일 개봉, 방은진 감독)는 누구를 따라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정서의 영화가 된다. 연기일까, 사랑일까, 미련일까. 그들 각자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사진=전소윤(STUDIO706)

사진=전소윤(STUDIO706)

“내가 이 신을 어떻게 찍었지. 돌이켜보면 그런 순간이 몇 번이고 있었다.” ‘메소드’에서의 이 경험을, 윤승아(34)는 “순간 기억상실”에 비유했다. “이제껏 캐릭터에 몰입하려고 노력했지, 이렇게 나를 ‘잊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메소드’의 희연은 “영화 내내 감정을 누르는” 인물이다. 오랜 연인 재하가 새연극의 상대역인 아이돌 가수 영우와 사랑의 열병을 앓는 동안, 그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매번 그랬듯, 재하가 자신에게 돌아오리라 애써 믿으며. 그간 필모그래피에서 “귀엽고 씩씩한 이미지로 소비됐던” 윤승아의 낯선 모습이다. 정작 그 자신은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고.

'메소드'

'메소드'

“실제로도 표현이 많지 않은 드라이한 성격이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말투가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듯 신중했다. 대학에서 미술(섬유 공예)을 전공한 자신처럼 희원이 화가이고, 영화의 주요 촬영지가 그의 고향 광주라는 게 윤승아에겐 흡사 어떤 ‘신호’ 같았다. “극 중 희원의 그림은 광주에서 활동하는 동명 화가 작품인데, 그분이 즐겨 그리는 불명확한 형태와 푸른색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희원이 마치 배우가 되기 전 내 모습처럼 느껴졌다.”

사진=전소윤(STUDIO706)

사진=전소윤(STUDIO706)

데뷔 11년 만에 맛본 무아지경의 몰입. 배우 출신인 방은진 감독이 길잡이가 됐다. 예컨대 재하를 포기 않는 희원이 이해되지 않았을 때, 방 감독은 “감정을 주입하기보다 (윤승아) 스스로 살아온 사랑의 기억들을 뒤적이게” 했다. “희원이 울면 어느새 같이 울었던” 방 감독과 호흡하며 윤승아는 서서히 극에 빠져들었다. 체중이 43㎏까지 줄면서, 앳됐던 얼굴에도 희연의 아픔과 번민이 새겨져갔다.

최근 한승훈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작품 ‘이쁜 것들이 되어라’(2014)와 단편 ‘세이버’(2015, 곽새미·박용재 감독) 등 저예산 현장을 겪으며 “영화는 같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새삼 느끼고 그간 내 열정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자기반성을 많이 했다”는 그는 “‘메소드’를 통해 일말의 갈증을 해소했다”고 했다. “스릴러에서 희생양이 아니라, 사이코패스 역도 해보고 싶다. 안 해본 역할이 훨씬 많다. 더 다양하게 도전하고 싶다.”

‘메소드’에서는 서로 눈을 보기보다
살결이 맞닿으며 느끼는 감정이 더 컸던 것 같다.
엔딩 신에서 재하가 대본에 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서 맞잡은 그의 손이 매말라있었다.
그 건조한 손이 괜스레 마음 아팠다. 

사진=전소윤(STUDIO706)

사진=전소윤(STUDIO706)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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