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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前검사-검찰 공방] '수사일지' 진실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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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양길승(梁吉承)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에 대한 '몰카'촬영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도훈(金度勳.37) 전 검사의 변호인단과 청주지검 수사팀 간의 상호 폭로 비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金전검사의 변호인단은 28일 청주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50.구속)씨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3억원을 전달한 정황을 파악했었다는 내용과 청주지검 간부들의 李씨에 대한 수사중단 압력 의혹 등이 담긴 '수사일지'를 공개했다.

청주지검 특별전담팀 沈모 검사는 지난 23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金전검사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金전검사는 이에 항의해 이틀째 검찰 출두를 거부하고 있다.

金전검사가 작성한 수사일지에 따르면 李씨가 지난해 민주당 충북도 부지부장이었던 金모(57)씨를 통해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에게 대선자금 3억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金전검사는 자신이 공갈혐의로 구속한 金모(37)씨로부터 이 같은 첩보를 입수했고, 제보자 金씨는 자신의 친구인 부지부장의 운전기사에게서 이 같은 말을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충북도지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일축했고, 대검 감찰부는 "감찰과정에서 제보자 金씨 등을 조사한 뒤 '사실무근'인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감찰부 관계자는 "이원호씨가 민주당에 3억원, 모 부장검사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등의 일지 내용 대부분이 확인 결과 시중에 떠도는 풍문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지가 梁씨 향응 의혹이 불거진 8월 1일 이후 매일 작성된 점으로 미뤄 작성의도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처음 만들어진 뒤 7월에 네차례 작성됐고, 8월의 기록은 이전 상황을 金전검사가 자신의 입장에서 재정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청주지검 추유엽 차장검사는 "대검에서 넘겨받은 수사일지가 첩보 수준인 데다 감찰 결과 의미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조사하지 않았다"며 "金전검사를 다시 불러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 일지에는 나이트클럽 업주 李씨의 구속을 둘러싼 청주지검 간부들의 수사중단 압력 의혹도 상세히 담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청주지검 수뇌부가 李씨에 대한 긴급체포를 승낙한 뒤 당일 오후에 유보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지난달 2일에는 부장검사 등의 동의를 얻어 이 사건에 내사 번호를 부여하려 했으나 한 간부가 "金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내사 번호 부여를 거절했다고 돼 있다.

청주=안남영.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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