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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안 받고 학생들 신용 얻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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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민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전민희 사회1부 기자

전민희 사회1부 기자

‘수수료 1% 때문에…카드 안 받는 대학 74%’(중앙일보 2012년 8월 7일 자), ‘식권 환불도 방값 분할 납부도 안 돼요…학생 울리는 기숙사’(2017년 3월 22일 자).

그간 중앙일보에 나간 기사 제목들이다. 상당수 대학이 등록금·기숙사비를 받을 때 신용카드를 거부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신용카드 사용이 일상화돼 누구나 편의점에서 몇 백원짜리 생수 한 통을 사면서도 스스럼없이 신용카드를 꺼낸다. 그런데 일부 대학은 수백만원의 등록금을 현금으로만 받는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 416개 대학 중 절반이 넘는 220곳(53%)이 등록금 카드 결제를 거부한다. 사립대 358곳 중에선 58%(208곳), 국립대 58곳 중에선 21%(12곳)가 카드 결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경희대·고려대·숙명여대·한국외대·한양대 등 익히 알려진 대학도 포함돼 있다.

기숙사비에선 카드 결제 거부가 더욱 심각하다. 전국 대학교 기숙사 329곳 중 카드로는 기숙사비를 받지 않는 곳이 90%(296곳)나 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해당 대학들은 ‘카드 수수료’를 이유로 든다. 신용카드로 등록금 등을 받으면 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가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정부 눈치 때문에 8년째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고, 새 정부에서 입학금 폐지 압박까지 받는 대학에 매해 수십억원의 지출이 작지 않은 부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5년 새 대학 88곳이 신용카드 ‘거부’에서 ‘환영’으로 돌아섰다. 여전히 카드를 받지 않는 대학들이 ‘수수료 부담’을 줄여 보려는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고 ‘수수료 부담’이란 핑계를 계속 들며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 봐야 한다. 더욱이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대학 중 20곳은 등록금을 현금으로 분할 납부하는 것마저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도 팔짱만 끼고 있어선 안 된다.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등록금 카드 결제를 가능하게 했다’(올해), ‘기숙사비 납부 방식을 개선했다’(2015년 7월)는 발표가 있었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교육부는 대학·카드사 사이에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출 방법을 적극 중재해야 한다.

그럼에도 역시 대학이 먼저 나서야 한다. 신용카드로 등록금 받기를 거부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신용 얻기를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전민희 사회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