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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도 해참총장도 어선납북 언론 보고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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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7일간 흥진호 납북, 언론 보도 보고 알았다는 송영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30일 국방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391흥진호’가 북한에 나포됐던 사건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30일 국방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391흥진호’가 북한에 나포됐던 사건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업 중 북한 당국에 나포됐다가 귀환한 ‘391흥진호’의 납북 사실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법사위·과방위 국정감사서 논란 #20일 연락 두절, 27일 북서 송환 #해군참모총장도 납북 사실 몰라 #야당 “적폐청산 과거사에 온 정신 #국민 안전과 생명은 못 지켰다”

송 장관은 이날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장관은 어선이 나포된 사실을 언제 알았는가’란 질문에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고 알았다”며 “보고받은 적이 없다.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국감에 배석한 엄현성 해군참모총장을 향해 “해군총장도 마찬가지로 몰랐느냐”고 물었다. 엄 총장은 “그렇다”며 “(해군은) 21일 해경으로부터 어선 한 척이 연락이 안 된다고 알려와 함께 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해군참모총장도 27일에서야 보고를 받았다. 일주일 동안 참모총장에게 보고를 안 한 것인가.”

▶엄현성 총장=“담당 판단상….”

지난 27일 속초에 도착한 흥진호. [연합뉴스]

지난 27일 속초에 도착한 흥진호. [연합뉴스]

391흥진호는 16일 울릉도 저동항에서 출항한 뒤 20일 연락이 끊겼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7일 “21일 새벽 남측 어선 391흥진호가 동해의 북측 수역에 불법 침입해 단속됐지만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27일 돌려보낸다”고 보도했다. 실제 27일 해경의 호위 속에 강원도 속초항으로 귀환했다. 391흥진호 선원 10명은 현재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중 한국인은 7명, 나머지 3명은 베트남인이다.

김 의원은 "우리 어선이 사라져 이북에 갔다 왔는데도 장관과 해군총장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그러니 대통령은 프로야구 시구를 하고 치킨 들고 그러는 거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를 한 사실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송 장관은 “그건 조금 다른 문제”라며 “(나포 경위를) 추적해 나중에 소명하겠다”고 했다.

동료 야당 의원들도 동조했다. 윤상직 한국당 의원도 “배가 폭발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당연히 나포로 생각해 정보자산을 활용해 대북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하지 (몰랐다니)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곤 “적폐청산한다고 온 정신을 과거사에 쏟고 있으니 정작 국민 안전과 생명을 못 지키는 것 아닌가”라며 “(나포된) 일주일간 뭐 했는지 아느냐”고 추궁했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공교롭게 (북한이 돌려보낸다고 발표한) 그 시간에 유엔에서 북핵 관련 안건을 표결하는 데 한국이 미국과 다르게 2건에 대해 기권을 한다”며 “국민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어선에) 무전기가 있는데 연락을 안 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라고 송 장관을 거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송 장관이 쩔쩔맸다. 그러자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의원들 질의가 계속해서 나오는데 장관의 답변은 없다”며 “나도 (이번 사건이) 궁금한데 국민은 얼마나 궁금하겠느냐”고 했다. 송 장관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조사를 확실히 해봐야 한다. 나중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391흥진호 사건이 이슈가 됐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청와대와 통일부가 왜 이런 사실을 중요 사안으로 밝히지 않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며 “KBS와 MBC가 파업 중이라 하더라도 왜 이 사실이 중요 뉴스로 다뤄지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만약에 지난 정부에서 어선이 납북됐는데도 대통령이 한가하게 프로야구 시구나 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세월호 7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흥진호 7일간의 대통령 일정을 파헤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언젠가 무너질 정권”=송영무 장관은 이날 북한의 위협과 관련된 정갑윤 의원 질의에 “제가 북한의 위협을 평가한다면 6·25 이후 최대 위기라 하는데 과언이라 생각한다”며 “북한은 언젠가는 무너질 정권이다, 이렇게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철재·박성훈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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