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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현 고교생이 생각하는 고교학점제

중앙일보

입력

by 김정모

김상곤 부총리 기자간담회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7.10.24   city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상곤 부총리 기자간담회 (세종=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7.10.24 city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23일 취임 100일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공교육 정상화 추진 계획을 밝혔다. “고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고교학점제를 넘어 고교무학년제까지 가야 한다”며 “대입제도와 고교체제 개편이 얽혀있어 당장 시행할 수는 없어도 고교 교육이 나아갈 방향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고교학점제는 다음 달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시범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발표된 정책 중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큰 관심거리이다. 현재 고교생은 고교학점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 세화고 학생 6명과 고교학점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들은 여러 의문을 갖고 있었다. 각자가 생각한 고교학점제의 의문점을 나누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교학점제란?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공약 1호로 내세운 정책이다.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고교학점제 4단계 실시계획’은 다음과 같다. 1단계는 ‘과목 선택권 확대’이다. 이로써 과목선택권, 교과교실제, 개설과목 확대, 인근 학교 수업 참여가 가능하다. 2단계는 ‘과목별 이수 기준 마련’이다. 출석이 아닌 일정 수준 학점, 성적이 있어야 해당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할 수 있다. 3단계는 ‘고교K무크 활성화’이다. 대학 강의를 볼 수 있는 K무크를 고등학생까지 확대해 우수대학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한다. 4단계는 ‘무학년제 도입’이다. 고교학년 구별 없이 모든 과목을 이수 또는 수강할 수 있다. 그리고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의 이수학점을 충족하면 고교졸업 자격이 부여된다.



#의문점 1: 일탈

–대체로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인한 청소년 일탈문제 대두될 것으로 생각해

김준영(세화고 2) “미성년자들은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또 미흡합니다. 그래서 기존의 학교시스템은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는데, 고교학점제로 변화하면 모든 걸 자기가 선택하게 되죠. 너무 큰 자유를 주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일탈학생, 일탈행동이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봐요”

이은상(세화고 2) “일탈학생들이 일부 강좌에 일부러 모여서 서로의 일탈행동을 늘리고 또 전파할 것 같은 우려가 있어요”

김병관(세화고 2) “현 체계처럼 수업이 학교에서 정해주는 시간표로 짜이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짜는 것이다 보니, 강의 시간 사이에 많은 시간이 빌 거라고 봐요. 그 시간에 일탈의 여지가 생길 수 있고, 또 학생들은 일탈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봐요”

오진수(세화고 2) “일탈행동, 일탈학생은 현재의 자유롭지 못한 교육체계에서도 무분별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지금보다 자유로운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텐데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일탈학생이 생기기 더 쉽다고 봐요”

4명의 학생은 더 자유로워지는 학교생활방식에 따라 일탈청소년, 일탈학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체로 시간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다. 그는 일탈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교칙이 생기면서 일탈행동이 우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민(세화고 2)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일탈문제가 두드러질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점차 변화될 것으로 생각해요. 이에 따라 비행 청소년은 자율적으로 고등학교 진학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학교 측에서는 바람직한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학교 교칙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큰 일탈행동이 우려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봐요”

#의문점 2: 일자리

–사교육 일자리 감소 우려, 공교육 강화로 이를 메꿀 것으로 생각해

김준영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현재보다 더 다양한 과목이 생길 거라고 예상돼요. 더불어 교원 필요도 늘어나서 일자리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김정민 “고교학점제를 시행함으로써 공교육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사교육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요. 그러나 공교육이 강화되면 공교육 일자리도 늘어나기 때문에 사교육의 실직문제도 해결되어 일자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봐요.”

오진수 “고교학점제로 바뀌어도 국영수의 대한 중요도는 줄어들지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국영수의 비중이 더 커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현재의 국영수 중심 학원가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아요. 사교육 일자리도 줄어들지 않고요.”

3명의 학생은 고교학점제에 따른 사교육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3명의 학생은 이가 공교육의 확대로 사교육 일자리감소를 메꾸어 줄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면, 단순히 사교육 일자리만 감소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사교육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우려하고 있다.

이재석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현 국·영·수·탐구 중심의 사교육 학원가들이 다 필요 없어질 것 같아요. 그래서 사교육 학원가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요.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 전에 미리 학원가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돼요”

이은상 “수업과 과목의 종류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요. 어느정도 학생들을 가르쳐 본 사교육 학원가의 선생님들이 아마 새로운 교원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여요. 그러나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사교육에 대한 감소, 즉 사교육 종사자들의 실직이 우려돼요. 모든 학원선생님이 교원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김병관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기존의 국·영·수·탐구 형태가 아니라 세부 과목으로 쪼개질 것 같아요. 과학에서도 바이오, 의료 등 새로운 과목이 많이 생겨날 것 같아요. 그래서 공교육이 강화되면서 사교육이 약화되고, 이에 따라 사교육 종사자들의 수도 줄어들 것 같아요.”

11일 오전 인천 신현고등학교 학생들이 플립러닝 형식으로 토론식 수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511

11일 오전 인천 신현고등학교 학생들이 플립러닝 형식으로 토론식 수업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511

#의문점 3: 수준

–고교학점제를 통한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과목 배울 것으로 예상, 일부 학생들은 세부 과목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

김정민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 관심사와 관련된 분야를 더 자세하고 전문적이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준은 교육부에서 고등교육과정에 맞게 교과서를 만든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김병관 “기존 고등학교 수업 내용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거기에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대학의 강의를 완벽하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것만 배우고 흥미 위주의 수업이 되면서 수준이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재석 “고등학교에서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듣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봐요. 배우고자 하는 자세만 있는 학생이라면 큰 문제는 없겠죠.”

3명의 학생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한발짝 다가서는 마음으로 세부적인 과목, 내용을 배우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중등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라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학에서 배우는 세부적인 내용이 추가되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준영: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배우는 과목들이 일반적인 내용의 과목이 아니라 실제 대학교나 직장에서 배우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요. 아주 심화한 부분은 아니더라도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되면 고등학생들의 수준에 알맞지 않을 것 같아요”

이은상: “K무크와 같은 대학 강의를 들으면 정말로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시험에 포함되면 학생들이 따라가기 어려울 것 같아요”

#의문점 4: 제반시설

–대부분의 학생은 새로운 제반시설의 필요성 느껴, 한편으로는 돈 문제 우려되기도

김준영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다양한 교실과 교원이 필요하겠죠. 모든 학교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텐데 제반시설문제가 우려돼요”

이은상 “새로 만들어지는 수많은 수업을 위해 필요한 자재가 정말 많을 것 같아요. 이를 충당하는데 엄청난 예산이 필요할 것 같아 걱정돼요”

김정민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교육과정이 완전히 바뀔 것 같아요. 또 교과서도 새로 개편해야 하기 때문에 국가차원, 학교차원, 학생차원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돼요”

오진수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이 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교과목이 나올 거에요. 그래서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의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제작하고 발행하는 등에 대한 엄청난 비용이 우려돼요”

새로 바뀌는 교육과정에 따른 다양한 과목에 대한 기대는 있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려면 교실, 교과서, 준비물 등 모든 것이 새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이 과정에서 많은 돈이 투입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에 고교학점제가 시행되고 현 교육과정을 기본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제반시설이나 돈 문제에 큰 우려를 보이지 않았던 학생도 있다.

김병관 “기존 고교 교육과정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교과서나 수업 자료 등의 공급에는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요”

#의문점 5: 수능/대입

–학생 모두 수능이 바뀌거나 없어질 것으로 예상해, 과목이 늘어남으로써 변별력이 없을 것

김준영 “고교학점제는 사실 생활기록부와 세부능력 특기사항에 적기에 매우 유용해요. 따라서 수시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에도 수시 비리와 같은 많은 모순점이 제시되고 있어요. 모순점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돼요”

이은상 “고교학점제로 수없이 늘어난 과목을 수능에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따라서 아마 수능도 없어지고 대입은 완전히 바뀔 것 같아요”

김정민 “수능이 대학이라는 고등교육기관으로 가기 위한 시험이라는 것은 자명해요. 따라서 수능이라는 입시제도, 대입제도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아요”

김병관 “수업과 강의가 세분화되면서 각 과목별 응시자가 줄어들겠죠. 따라서 상대평가보다는 좀 더 등급을 나눈 기준을 세분화하는 절대평가나, 아니면 자격고사 위주가 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오진수 “대입 수능에 많은 과목이 개설되어야 할 것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수능 과목이 많아져서 변별력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요.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마땅한 방법이 없을 것 같아요. 수능이 있어도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이재석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수능을 개편하던지, 없애야 할 것 같아요. 변별력이 너무 없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으로는 학생들을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에요”

대부분의 학생은 모두 많은 과목이 생기면서 수능에서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수시가 많아질 것으로 생각되어 모순점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대입제도 및 수능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정민 “수능이 대학이라는 고등교육기관으로 가기 위한 시험이라는 것은 자명해요. 따라서 수능이라는 입시제도, 대입제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에요”

7명의 학생 모두 대체로 고교학점제가 긍정적일 것이라고는 보고 있지 않았다. 분명히 부정적인 부분도 존재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새로운 변화가 우려되기도 할 것이다. 물론 현 고교생은 고교학점제에 해당이 되지는 않는다. 현 고교생이 현재의 교육과정에 너무 틀에 박힌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정책에는 공과 사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21학년도부터 시행예정인 고교학점제가 모든 학생, 학부모가 만족해야 하는 교육이 될 필요가 있다. 아직 시간은 많다. 차차 문제점을 해결해나가 완벽한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글=김정모(세화고 2)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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