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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직장에서 뛰어노는 ‘어른이’가 늘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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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홍대순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홍대순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직장인이라면 가끔 “회사에 놀러 왔어?” “회사가 노는 곳이야?” 라는 핀잔을 들어봤을 것이다. 일과 놀이를 철저히 분리해 온 기존 산업혁명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경영은 관리되고 통제돼야 한다는 통념 안에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한 결과다. 진지해야 하는 직장 안에서 ‘놀이’는 경시될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 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호모루덴스(Homo Ludens)’라고 규정했다. 놀이·유희의 인간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놀이를 즐기며, 인류가 이뤄낸 문화에는 놀이의 요소가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업경영에 있어서 지금까지 조성한 업무환경이 이런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는가에 대해 경영철학의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호모루덴스의 본성인 놀이 본능을 기업경영에 체화시켜야 한다. 놀이의 특징을 보면 우선 자발적이다. 누가 시키거나 누구의 강요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놀이는 시간 개념에서 벗어난다. 즐겁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것이다.

이런 놀이의 요소를 직장 생활에 접목하면 어떠한 현상이 발생할까? 일터에 창의적인 풍토와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파괴적 혁신의 원천을 제공하면서 상상과 혁신이 넘쳐나게 된다. 조직 구성원은 누가 시켜서 일하는 ‘객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 신나서 몰입하게 일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예컨대 건축 현장의 인부들에게는 모래를 옮기는 것이 지겨운 일로 느껴지겠지만, 모래성을 만드는 어린이들은 모래를 옮기는 것이 마냥 즐거운 놀이로 느껴진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차원이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관리·통제를 중시하던 경영이 이젠 ‘자율경영’(Self Management)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직원들의 진정한 자아실현은 일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렌즈를 제공할 것이며, 이를 통해 고객감동과 기업가치 극대화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놀이터 같은 직장으로 유명한 구글·애플·나이키 등은 혁신 기업으로 우뚝 섰다. 한국기업들도 ‘일=노동’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일=놀이’ 라는 경영실천이 간절히 요구된다. 물리적인 환경만 가지고는 결코 아니되며, 소프트한 환경이 함께 조성되어야 한다.

4차산업 혁명에서 요구되는 직장인의 모습은 직장이라는 놀이터에서 지칠줄 모르고 뛰어노는 ‘어른이’의 모습이다. 그래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쳐나고 업무 몰입도를 높여 획기적인 경영성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홍대순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