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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해외 진출 기업이 노사관계 어려움 면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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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채덕병 현대건설기계 상무

채덕병 현대건설기계 상무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많은 기업이 해외로 진출한다. 한데 그에 따른 어려움도 많다. 우리와 다른 사회·경제·문화적 특징 때문이다. 이걸 제대로 모르면 경영상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노사관계는 더 그렇다. 현지 근로자와 소통도 문제지만 그 나라의 법·제도, 고용 동향에 둔감하면 예기치 않은 장애에 직면할 수 있다. 더욱이 한국 기업이 많은 아시아 신흥국은 인적자원관리 측면에서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역 노조의 요구도 많아지는 상황이다.

필자도 최근 인도 생산법인에서 단체교섭을 경험하며 경영상 고충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가 너무 없거나 있더라도 업데이트가 안 된 경우가 많아서다.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할 때면 힘에 부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현지 노동정책과 문화에 대한 정보 부족에 따른 현상이다. 인도의 노동법이 너무 다양한 데다 법이나 제도도 수시로 변한다. 인도 노동관계 주무관청의 역할도 한국 고용노동부의 시스템과 아주 다르다. 서비스나 지원이 아주 열악하다. 우리 시스템을 생각하고 접촉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현지 한국 기관의 도움을 받으려고 해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인도 현지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국내기업이 공통으로 겪는 불편한 현실이다. 인도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노사관계 사정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예전엔 국제노동재단(현 노사발전재단)이나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같은 공공기관이 해외 진출기업을 위해 좋은 자료를 많이 만들었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현지 경영에 큰 도움을 줬다. 특히 각 나라별 노동법 체계와 필요한 노사관계 사례를 잘 정리했고, 수시로 바뀌는 노동관계 법령을 주기적으로 보완해 발행했다.

그런데 언제부터, 어떤 연유인지 알 수 없으나 이런 자료를 찾기 어려워졌다. 수년 전부터 자료 발행이 중단됐다. 이후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은 스스로 해당 국가의 다양한 노동관계법령을 스터디하고, 노사간 갈등을 겪으면서 해외법인의 노사문제를 정립하는 쉽지 않은 과정을 겪고 있다.

가끔 외투기업들이 우리나라의 고유한 노사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를 본다. 그럴 경우 기업의 경영상 타격 뿐 아니라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해외 진출기업 역시 현지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와 다르지 않다.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가 현지에서 보다 안정된 노사관계 질서를 유지하고 효율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해 주기 바란다. 국가별 노동법의 주요내용과 기업이 숙지해야 할 필수적인 노사관계 사례나 판례를 수집한 체계화된 자료를 다시 제공해주길 바란다.

채덕병 현대건설기계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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