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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펀드 외면 … ‘남의 잔치’된 글로벌 증시 활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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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코스피가 2500을 향해 신기록을 써가고 있는 사이 해외 증시도 분주하게 달렸다. 이런 세계 증시 호황도 한국 주식투자자에겐 말 그대로 먼 나라 얘기다. 자산의 부동산 쏠림, 부진한 해외 주식·펀드 투자 탓이다.

수익률 국내 주식형보다 앞서지만 #최근 5년 새 설정액 8조 빠져나가 #부동자금 1000조 부동산으로 쏠려 #한국, GDP 대비 해외 증권 투자액 #독일·일본의 3분의 1 규모 안 돼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 연장해야”

올해 들어 25일까지 브라질 28.7%, 인도 24.2%, 베트남 23.6% 등 주가가 올랐다. 중국을 제외한 주요 신흥국의 주식 상승률은 한국 코스피(23.0%)를 앞질렀다. 경제 규모가 큰 선진국 증시도 같이 웃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이 미국 13.3%, 독일 11.7%, 일본 10.8%, 프랑스 10.1% 등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 펀드의 2년 수익률은 평균 21.6%로 국내 주식형(20.4%)과 비슷하다. 하지만 5년 수익률을 비교하면 해외 주식형(42.2%)과 국내 주식형(27.2%) 수익률 차이는 2배 가까이 벌어진다.

국내 투자자는 세계 증시 활황의 ‘과실’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최근 1년간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752억원(순유입) 늘었을 뿐이다. 세계 주식시장 호황과 국내 금융사의 비과세 해외 펀드 ‘절판 마케팅’(혜택이 곧 종료된다는 점을 내세우며 진행하는 판촉)에 힘입어서다. 그나마도 최근의 일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순수하게 빠져나간 자금이 최근 2년간 7254억원, 5년간 7조8222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변변찮았던 펀드 수익, 다양하지 못한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펀드 상품, 국내 주식형 펀드 위주의 판촉 등 여러 이유가 작용했다.

해외 주식 투자 면에서 선진국과 격차도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해외 증권 투자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1%다.

미국 53%, 일본 79%, 독일 86%와 차이가 크고 프랑스 102%, 영국 136%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거기에 국내 해외 증권 투자 잔액 가운데 민간이 보유한 비중은 9.4%(올 2분기 기준)에 불과하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부동산에 쏠려 있는 자금, 갈 길 잃은 돈은 넘쳐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단기 부동자금은 1035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부동산 외 다른 자산시장, 해외 자산으로 흐르도록 물꼬를 터주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구조로는 위험 분산이 어렵고 부동산으로만 향하는 자금 쏠림 현상도 막기 어렵다”며 “시중의 부동자금이 해외로 고르게 퍼질 수 있게 비과세 해외 펀드 제도의 일몰을 연장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펀드 비과세 제도는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월 시행했다. 기재부는 지난 8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 혜택을 올해 말 끝내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동산 쏠림 완화, 주식 자산 위험 분산 등을 이유로 들며 비과세 혜택 일몰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송홍선 선임연구원은 “일몰 연장을 통해 혜택을 유지하고 이후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과 통합해 비과세 상품군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현재 부진한 ISA뿐 아니라 해외 주식형 펀드까지, 서민 자산 형성이란 목표를 이루는 데 상승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의 주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박 교수는 “현재의 해외 주식형 펀드 비과세 혜택은 임시 일몰 조항이며 이를 연장한다고 해도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투자 자금이 자본시장에 분산돼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비과세 해외 펀드를 정식으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 펀드 비과세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매매·평가 손익(환율 손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제도. 해외 상장 주식 비중이 60%를 넘는 펀드가 해당된다. 대신 주식 배당, 이자 소득, 기타 손익에 대해선 세금이 부과된다. 1인당 3000만원까지 한도다. 납입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매매와 입출금이 가능하다.

조현숙·이승호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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