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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1년]4개의 시각-④집회 관리 경찰의 기억 "촛불=평화"

중앙일보

입력

촛불집회에 참가한 중고교생들이 청와대 인근 내자동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막아선 경찰에게 꽃을 건네고 있다. 학생들은 '비폭력', '밀지마' 등을 외치며 평화 분위기를 만들었다. [중앙포토]

촛불집회에 참가한 중고교생들이 청와대 인근 내자동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막아선 경찰에게 꽃을 건네고 있다. 학생들은 '비폭력', '밀지마' 등을 외치며 평화 분위기를 만들었다. [중앙포토]

약 4개월간 이어진 촛불집회에서 이렇다 할 폭력 사태는 없었다. 집회 참가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경찰의 유연한 대응이 만든 결과였다. 당시 집회 관리를 맡았던 경찰관들은 시민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독일 에버트재단은 평화적으로 집회를 이끈 한국 국민을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이를 언급하며 경찰이 보여준 집회 관리 노력을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촛불집회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촛불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이 상을 나누고 싶다. 평화적으로 집회를 관리한 경찰 여러분의 노력도 컸다”고 말했다.

초기 산발적으로 있었던 경찰과 시민들 사이 충돌은 집회가 거듭될수록 사라져갔다. [중앙포토]

초기 산발적으로 있었던 경찰과 시민들 사이 충돌은 집회가 거듭될수록 사라져갔다. [중앙포토]

현장 경찰관들은 집회가 거듭될수록 시민들의 집회 문화도 성숙해 갔다고 기억했다. 현장에서 경찰 인력을 지휘했던 한 경찰 간부는 “집회가 4차, 5차 거듭될수록 날이 점점 추워졌다. 그러면서 우리 대원들에게 ‘수고한다’, ‘고생이 많다’고 말하며 핫팩을 쥐여주는 시민들도 많아졌다. 대원들을 챙겨주는 모습이 참 고마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청와대 앞 100m 앞까지 왔을 때도 정해진 시간이 되면 차분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있을 다른 집회에서도 참가자와 경찰이 서로 존중하며 평화를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최일선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마주했던 전직 의경 최정민(22)씨는 “시민들이 우리를 보면 ‘너희가 무슨 죄냐’, ‘고생이 많다’는 말을 해줬다. 비난보다는 격려를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고 감사한 기분이 들었다”고 기억했다. 경찰관이 되고 싶어 의경으로 복무했다는 A씨(22)는 “입대 당시만 해도 의경 선배들이 집회·시위는 무조건 전쟁터라고 했다. 하지만 촛불집회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에 새로운 집회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매주 토요일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고된 일에 시달려야 했다. 의경 중에는 1회 최대 24시간 30분 동안 현장을 지켰던 경우도 있었다. 전직 의경인 박모(24)씨는 “동료들과 가장 많이 한 말은 ‘오늘 언제 끝나지’였다"고 털어놨다. 한 경찰관은 “놀아주기 바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토요일마다 출근할 때 참 미안했다"고 말했다.

여성국·하준호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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