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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추적] 어머니 살해한 혐의 받는 용의자 아들은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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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동부경찰서. [중앙포토]

용인동부경찰서. [중앙포토]

지난 25일 경기도 용인 시내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성과 10대 아들이 흉기에 무참히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지인을 만나러 간다”며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 이 여성의 남편도 숨진 채 발견됐다. 유력한 살해 혐의 용의자인 큰아들은 사흘 전 자신의 부인과 어린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용인 아파트서 母子 무참히 찔려 #범행 사용 추정 흉기까지 깨끗이 씻어 #유력한 용의자 큰아들 이미 해외도주 #출국 전까지 어머니 등 휴대전화 소지 #재혼한 부인과 낳은 딸 둘 데리고 가 #실종된 의붓아버지도 강원도서 시신으로 발견 #숨진 모친 휴대전화 사용하며 도주시간 번 듯

26일 용인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쯤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A씨(55·여)와 아들인 B군(14)이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는 것을 A씨 여동생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언니와 며칠째 연락되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아파트를 찾았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A씨 아파트 현관문을 강제로 뜯지 않고, 윗집 베란다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발견 당시 이들 모자의 상반신은 이불로 덮여 있었다. 검안 결과 둘 다 가슴 등을 4차례가량 예리한 흉기에 찔렸다. 집 안에서 눈에 보이는 핏자국은 없었다. 하지만 과학수사대의 특수 시약을 사용한 감식에서 혈흔이 집안 곳곳에서 나왔다. 경찰은 누군가 살해 후 베란다로 시신을 옮겼고, 범행 현장을 청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흉기도 주방용품 보관함에 들어 있었다. 깨끗이 씻은 상태였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을 벌였다. 21일 정오쯤 A씨의 큰아들 C씨(35)가 처인구 아파트에 온 모습이 촬영됐다. 2시간 후쯤 A씨 모자가 도착했다. 아파트 복도에 CCTV가 설치되지 않아 C씨가 집안에 들어가 모친과 동생을 기다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3시간 후쯤 C씨는 아파트를 떠났다. 미리 빌린 렌트카를 이용해서다. 이후 A씨 집에 출입한 사람은 없다. 경찰이 C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범인 검거 이미지. *본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범인 검거 이미지. *본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중앙포토]

C씨는 차량 번호판이 영치된 상황이라 평소에도 렌트카를 끌고 다녔다고 한다. A씨의 남편이자 C씨의 의붓아버지인 D씨(57)는 토요일인 지난 21일 지인을 만나러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연락이 두절된 그는 이날 오후 강원도 횡성군의 한 콘도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트렁크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D씨에 상반신에선 흉기에 찔린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GPS 기록을 추적해 C씨가 운전한 렌트카를 찾았는데 차 트렁크에서 D씨의 시신이 발견됐다”며 “C씨가 어머니와 동생을 살해한 뒤 이후 D씨를 만나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수사 과정에서 C씨가 숨진 A씨와 D씨의 휴대전화를 모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 부부는 용인에서 주점을 운영했다. 주점 매니저는 A씨 모자가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21일 오후 주점 문이 잠겨 있자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 전화를 C씨가 받았다. C씨는 매니저에게 “어머니가 술에 많이 취해 잠들어 전화를 받지 못한다”고 둘러 댔다.

이어 매니저는 A씨 남편인 D씨에게 전화했다. D씨는 매니저에게 “강원도에 있어 가지 못한다. 문을 그냥 강제로 뜯고 장사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건 후 기지국을 확인해보니 D씨의 휴대전화 신호는 강원도 횡성에서 잡혔고 D씨의 시신도 이 곳에서 발견됐다.

지난 23일 B군이 등교하지 않자 담임교사는 어머니인 A씨에게 연락했는데, 역시 C씨가 전화를 받았다. 그는 동생의 담임교사에게 “갑작스레 가족들이 해외로 여행을 가 며칠 후 등교할 것 같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후 C씨는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해 이날 오후 5시3분 뉴질랜드 오클랜드 비행기편으로 떠났다. 공항 CCTV에 잡혔다. 그의 부인(32)과 두 딸(1, 생후 7개월)도 함께였다. 재혼한 C씨는 전 부인과 낳은 아들(7)도 있었지만, 현재 부인과 사이에서 낳은 딸 둘만 데리고 출국했다. 아들의 양육권이 C씨에게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부모의 휴대전화 마지막 신호도 공항이었다. 경찰은 C씨의 출입국 기록을 통해 과거에도 뉴질랜드를 오갔던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연고가 있는지는 파악 중이다.

C씨는 세종시에 주민등록상 주소를 두고 있지만 현재는 다른 사람이 거주 중이다. 유족 등의 진술에 따르면 A씨는 평소 C씨의 성공과 경제적 자립 등을 바랐다고 한다. 뚜렷한 직업이 없던 C씨는 A씨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았는데, 이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 공조를 통해 C씨 추적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와 B군, D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용인=김민욱·최모란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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