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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더 농염해진 가영이가 온다. '밤치기' 정가영 감독

중앙일보

입력

‘밤치기’ 정가영 감독·주연/ 사진=라희찬(STUDIO706)

‘밤치기’ 정가영 감독·주연/ 사진=라희찬(STUDIO706)

 [매거진M] 이 영화, 3분에 한 번씩 큰 웃음이 터진다. 발칙하고 사랑스럽다. 시나리오 자료 조사를 핑계로 평소에 관심 있던 오빠(박종환)를 불러낸 가영(정가영). 오빠의 매력을 탐색하던 가영은 말한다. “저, 오빠랑 자는 거 불가능할까요?” 과연 그 날, 두 사람은 뜨거운 밤을 보냈을까.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주목한 한국영화 #'밤치기' 정가영 감독·주연 인터뷰 #주연 박종환, 올해의 배우상 수상 #

‘비치온더비치’(2016)에서 전 남자 친구에게 ‘한 번 자자’고 유혹하던 정가영(27) 감독이 두 번째 장편 ‘밤치기’(2018년 상반기 개봉 예정)와 단편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로 부산을 찾았다. 이번에도 연출과 주연을 겸했다. 인터뷰가 너무 솔직한 나머지, 많이 덜어 내야 했음을 미리 전한다.

‘밤치기’

‘밤치기’

‘비치온더비치’의 가영이 철없는 말괄량이였다면,
‘밤치기’의 가영은 섹시해졌다 

그간 나이를 먹어서인지 농염한 스킬을 자주 보여 준다. ‘밤치기’는 밤을 점프해서 힘겹게 친다는 뜻이다. 유독 구애의 밤이 길고 ‘징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아, 그 날은 끝까지 갔었지, 하는 날. 만약 내가 멋진 남자를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써 나갔다. 독특한 상황에서 인물을 끝까지 몰고 가면 재밌는 하룻밤이 나올 것 같았다.

애인 없는 남자는 재미없다 

그냥 만나면 되니까. 관객의 재미를 위해서 내가 희생했다(웃음). 호감 가던 상대가 알고 보니 애인이 있는 상황, 누구나 한 번씩 있지 않나. 박종환 배우는 예전 단편이나 ‘양치기들’(2016, 김진황 감독)을 보며 꼭 캐스팅하고 싶었다. 연기도 잘하지만 은은하면서도 강한 남성미가 있다. 뭇 여자들이 ‘꼬셔 볼까’ 생각하게 되는 남자다. 각본도 그를 생각하면서 썼다(박종환은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밤치기'

'밤치기'

98% 각본대로 찍는다 

애드리브처럼 보이지만, 철저히 각본대로 간다. 각본이 없다면 현장에서 집중할 수 없다. 대사를 완벽히 암기한 상태에서 몰입해야 밀도가 높아진다. 시나리오 쓸 때 가장 행복하다. 가끔 ‘그 분’이 오실 때가 있다(웃음). 남자 대사는 어떻게 쓰냐고? 휴대 전화에 등록된 수많은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하루에 자위 두 번 한 적 있어요? 

영화 속 가영이 오빠에게 하는 첫 번째 질문이다. 내가 실제로 전 남친이나 친구들에게 물었던 거다. 궁금하니까. 다들 당황하지 않고 잘 대답해 줬다(웃음).
사실 보편적인 이야기다. 나는 관객들이 가영을 보며 자위나 섹스에 대해 더 많이 얘기했으면 좋겠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해서 바닥까지 다 보여 주는 것이 이상하거나 창피한 게 아니라 멋지고 솔직한 일이란 걸 보여 주고 싶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남들이 봐도 찌질하다고 욕먹을 만한 밑바닥 욕망을 다 보이더라. 그게 멋지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면이다. 감추거나 숨기는 것이 더 순수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토니 에드만'

'토니 에드만'

‘토니 에드만’(3월 16일 개봉, 마렌 아데 감독)에 꽂혔다 

영화에서 나체 파티를 벌이는데, 그 안에 관계의 내밀한 욕망이 다 있더라. 나중엔 벗은 게 무감해질 정도로 이야기에 힘이 있었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주위에서 ‘개봉할 수 있겠냐’고 되묻더라(웃음). 매사 솔직하게 사는 편인데, 집에 가면 ‘아 오늘 또 착한 척 열심히 했네’ 반성하게 된다. 나체 파티를 하는 순간 한 껍질 벗어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성숙해지는 거지. 이게 진짜 나라고.

정가영 연작은 계속된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독립 장편 4편을 찍는 게 목표다. 연애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될 거다. 나에게 가장 큰 이슈고, 남들에게도 재밌는 이슈다. ‘비치온더비치’가 그리움에 관한 영화라면 ‘밤치기’는 외로움에 관한 영화다. 다음엔 분노, 짜증이 되지 않을까.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다.

‘밤치기’

‘밤치기’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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