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신시대사상’이 중국 공산당 최고규범인 당장(黨章) 에 명기됐다. ‘시진핑’이란 이름 석자와 ‘사상’이란 용어가 동시에 명기된 것은 시 주석의 위상과 권위가 마오쩌둥(毛澤東) 이나 덩샤오핑(鄧小平)과 같은 반열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은 24일 폐막된 제 19차 당대회에서 당장 수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수정된 당장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당의 행동지침으로 확립한다”고 명기했다. 행동지침이란 곧 당의 지도이념을 뜻한다. 여태까지의 당장에 열거된 지도이념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대표 중요사상, 과학적 발전관이었다.
우선 시진핑이란 이름이 명기됐다는 데서 그의 위상은 두 전임자인 장쩌민 (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를 뛰어넘었다. 장쩌민은 3개대표론, 후진타오는 과학적 발전관을 각각 주창해 당장에 명기토록 했지만 정작 본인들의 이름은 당장에 써넣지 못했다.
시 주석의 권위와 위상이 마오에 필적할 정도로 강화됐음을 더 분명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당장 명기가 이뤄진 시점이다. 덩샤오핑 이론이 당장에 삽입된 것은 1997년 덩이 숨진 뒤의 일이었다. 기업가의 공산당 입당을 가능케 한 3개 대표론의 당장 명기는 2002년 장쩌민의 은퇴와 동시에 이뤄졌고 후진타오의 과학적 발전관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시 주석은 올해 64세의 현역으로 자신의 이름과 정치이념을 당장에 써 넣는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공산당 내부에서는 ‘시기상조’란 반론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 당내 사정을 잘 아는 분석가들의 전언이다. 집권 6년째에 갓 접어든 시 주석의 업적이 건국의 아버지 마오와 개혁개방을 주도한 덩에 필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이런 반론을 정치한 이론화 작업으로 돌파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산주의 이론체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모순을 새롭게 규정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목표와 실천방략을 제시한 것이 시진핑 신시대 사상의 핵심이다.
당장 개정으로 공인받은 시 주석의 위상은 필연적으로 권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25일 명단이 발표될 정치국원의 다수를 차지해 집권 1기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다. 강력한 국내적 리더십으로 무장하고 2050년 초강대국의 목표를 내 건 시 주석이 국제사회에서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방어를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관계에서도 강성 자세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8일 개막연설에서 “중국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쓴 과일을 삼킬 것이란 (국제사회의) 환상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서 그런 자세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당 대회 결과를 놓고 볼 때 1인 권력 집중이 당초 예측에 못미친 부분도 있다. 당 주석제 도입이나 집단지도체제 조항의 수정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1982년 폐지된 당 주석제를 부활시킬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이번 당장 개정에서 실현되지 않은 것이다. 정치분석가 장리판(章立凡)은 “당 주석제 부활은 집단지도체제를 약화시키고 사실상 1인 통치로 회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시진핑 사상의 당장 명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벽이 높다"며 “세간에 거론되는 집권 연장 문제 등은 향후 5년간 시 주석의 정치적 카리스마가 얼마나 강력해지느냐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