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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전화 좀 하지 말아주세요ㅠㅠ" 중학교 교사 글 화제

중앙일보

입력

[사진 연합뉴스 /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연합뉴스 / 온라인 커뮤니티]

한 중학교 교사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학부모에 대한 부탁의 글이 화제다.

10월 23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중학교 교사입니다. 학부모님들께 부탁드릴게요"라는 글이 확산되며 공감을 얻고 있다.

자신을 30대 초반 교사라 밝힌 글쓴이는 "기본적인 매너를 지켜주시지 않는 학부모님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라며 "이 게시판에 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이 제일 많을 것 같아 글 남겨요. 익명의 힘을 빌려 교사 입장에서 정말 솔직하게 쓰는 글입니다"라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이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5가지를 부탁했다.

1. 저녁 시간 이후나 주말에는 연락 자제 부탁드립니다.

교사가 학부모님과 아이들 문제로 상담하는 건 아이를 잘 교육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교사도 학교가 끝나면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학부모님들께 연락을 드릴 때 업무 시간에 전화를 드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교사는 평일 밤이나 주말에 학부모님들께 연락받는 것을 싫어합니다. 중요한 일이라면 모르겠는데 굳이 그 시간에 연락하지 않아도 될 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가 요즘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성적이 떨어졌는데 이유가 뭔지 알고 계시냐" "사춘기에 들어서인지 집에서 통 말을 안 해서 답답해서 걸었다" 등의 문제를 토요일 오전에 논의하려고 전화하십니다.

2. 학교 밖은 교사에게는 업무 외 개인적인 일을 보는 공간입니다.

가끔 대형마트나 식당, 카페, 호프집 등에서 학부모님들을 마주치면 교사들도 난감합니다. 보통은 "어머 안녕하세요. 선생님, 요즘 우리 아이가 잘하고 있나요?" 이렇게 두세 마디 인사를 하고 지나가시는데 가끔 마주친 자리에서 30분씩 대화를 하려고 하시는 부모님들이 꽤 있으십니다.

대형마트 야채칸 앞에서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성적에 대해 30분 동안 상담을 하고 있노라면 대화를 중간에 끊기도 뭐하고 참 애매합니다. 솔직히 모른 척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지만 그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되실 테니 밖에서 아이 선생님을 마주치면 한두마디 인사만 하시고 지나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아이들에게는 선생님들의 신상 정보를 알려주지 마세요.

학부모님들 중에는 워낙 정보력이 있으셔서 학교 선생님들에 대한 신상 정보를 다 파악하고 계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학벌, 집안, 결혼유무, 배우자 직업, 기타 배경 등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들을 들으시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다 정확한 것도 아니고 사실이 아닌 경우도 꽤 있습니다.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것까지야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게 학생들 귀에 들어가는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교사들의 정보는 학부모님들 선에서만 공유하시고 절대로 자녀분들께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이거 절대로 아무한테도 말해선 안 된다"며 말씀하셔도 아이들 특성상 혼자만 비밀로 간직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칫 그게 왜곡돼서 학교에 소문이 나면 소문의 근원지로 아이가 난감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으니 입단속 시키실 생각을 하시기보다 되도록 학부모님들까지만 알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4. 미혼인 교사들에게 선이나 소개팅 자리를 권하지 말아주세요.

제 또래 교사들은 종종 겪는 일입니다. 가끔 좋은 사람이 있다며 소개를 해주려는 학부모님들이 계신데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교사들은 웬만해선 학부모님들께 소개 안 받습니다. 잘 되든 잘 안 되든 껄끄러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젊은 교사들 중에는 비혼이신 분들도 많고, 결혼 생각이 별로 없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그런 분들께 결혼 얘기를 언급하는 건 실례가 될 수 있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인사 치례로 "선생님께서 왜 아직 미혼이신지 모르겠네요" "어서 빨리 좋은 분이 나타나셔야 될 텐데"와 같은 말씀을 하시는 학부모님들이 계신데 칭찬과 격려인 줄은 알지만 결혼 의지 역시 사적인 부분이므로 그런 말을 듣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교사들도 많습니다

5. "아직 아이가 없으셔서 모르시겠지만" 등의 말은 피해주셨으면 합니다.

미혼인 교사가 학부님들과 상담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아직 아이가 없으셔서 모르시겠지만"으로 시작하는 말들입니다. 어떤 의도로 하신 말씀이든 교사들에게는 예의가 아닌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사가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게 맞지만 교사는 엄마와는 분명히 다른 역할을 해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자식을 키워보지 않았다고 해서 학생들 지도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 저런 말씀은 삼가해주셨으면 합니다.

한편 해당 교사의 간곡한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학부모들이 교사의 입장도 한번만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마트에서 30분씩 잡고 있는 건 좀 심했다" "우리 신랑도 교산데 가족끼리 오랜만에 회식하거나 놀러갔을 때도 연락이 와서 곤란한 적이 많다" 등 공감이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게시물은 10월 24일 오후 3시 기준 추천 561, 반대 17로 네티즌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정우영 인턴기자 chung.w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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