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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성추문 고발 여성들 "웨인스타인은 내려왔는데..."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Photo/Evan Vucci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Photo/Evan Vucci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이 성추문으로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해고된 역사적인 사건 앞에서 의아해하는 여성들도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성희롱과 성추행으로 고발했던 여성들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웨인스타인은 되는데, 트럼프는 왜 끌어내리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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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 당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30년 전 트럼프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던 제시카 리즈는 WP에 "웨인스타인은 끌어내릴 수 있었는데, 트럼프는 여전히 '*테플론 돈'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리즈는 80년대 초반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트럼프가 좌석 팔걸이를 제치고 몸을 더듬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WP, 피해 여성들 "그는 왜 아직 대통령인가"

*'테플론 돈'은 숱한 살인과 마약, 마피아 관련 범죄에 연루되고도 무죄로 풀려난 존 고티(1940-2002)에게 언론이 붙인 별명이다. 아무 것도 달라붙지 않는 화학물질로 유명한 '테플론' 처럼 아무 범죄혐의도 들러붙지 않는다는 의미다.

자신이 23살이던 2003년에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폭로한 멜린다 맥길브레이도 "나를 김빠지게 하는 건 그 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들을 비롯한 여성 11명이 트럼프의 성추문을 줄줄이 고발한 바 있다. 트럼프는 "완전히 허구"에 "끔찍한 거짓말쟁이"라며 맞섰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여러 거물이 성추문으로 곤두박질쳤다. 폭스뉴스의 간판 진행자 빌 오라일리가 폭스 뉴스의 설립자인 로저 에일에 이어 하차했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입김이 센 사람으로 꼽혔던 웨인스타인이 추락했다. 특히 여러 스타들이 피해 사실 폭로에 합류한 웨인스타인 건은 전세계 여성들이 SNS상에서 자신도 성폭력의 피해자였음을 고백하는 '#MeToo' 캠페인 대열에 합류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하비 웨인스타인.[AP=연합뉴스]

하비 웨인스타인.[AP=연합뉴스]

WP는 트럼프는 웨인스타인과는 달리 상황을 자신에게 맞게 왜곡시킬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성기를 움켜쥐었다고 자랑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됐음에도 "락커룸 농담"이라면서 "누군가 불쾌감을 느꼈다면 사과한다"고 모면했다. 또 피해를 고발한 여성들을 고소하겠다고 큰 소리 치며 여론의 화살을 돌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WP는 하지만 트럼프가 해당 여성들을 무고 혐의로 고소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1997년 마라라고에서 브런치를 먹는데 트럼프가 입가에 키스했다고 주장한 캐시 헬러는 피해자들의 유명세 차이 때문인 것 같다고 WP에 말했다. 그는 "귀네스 펠트로 같은 유명인은 마라라고에서 만난 사람이나 미인대회 참가자 보다 무게감이 크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사람과 유명인들이 나섰을 때의 영향력이 다른 것 같다"면서도 웨인스타인의 하차에 대해선 "마침내 무언가 실제로 벌어졌다는 점에서 기쁘며, 트럼프가 어떻게 되는지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강경한 대응에 맞불을 놓은 여성도 있다. 트럼프가 진행했던 리얼리티 쇼 '어패런티스(견습생)'에 출연했던 서버 저보스는 2007년 트럼프가 거칠게 키스하고 유방을 쥐었다고 대통령 선거 당시 폭로한 바 있다. 저보스는 폭로 후 트럼프가 자신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자 대통령 취임 3일 전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여전히 "완전히 가짜 뉴스"라며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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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하지만 트럼프의 변호사들은 이 사건을 기각하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퇴임할 때까지는 형사 소송 대상에서도 면책된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라는 것이다. WP는 법원의 결정이 대통령직 수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법원은 이달 31일까지는 사건 기각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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