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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스포츠 방송 시장의 '봉이 이선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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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중계하는 신설 케이블 채널 Xports의 이희진(40) 사장은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서 '봉이 이선달'로 불린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그는 국내 지상파 방송 3사 풀단을 제치고 직접 중계권을 사려 했다. 결국 무산됐지만 만약 성공했다면 국내의 거대 방송사들은 그에게 머리를 숙여야 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올해 기어이 대형 사고를 쳤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을 제치고 4년간 4800만 달러의 거액에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직접 산 것이다. 도매로 중계권을 사서 지상파.케이블.위성.DMB 등에 재판매한다는 계산이었다. 주도권을 빼앗긴 국내 방송사들은 메이저리그 중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스포츠 케이블 TV들도 방송 3사의 자회사들이라 이 사장이 중계권을 팔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없었다.

그러나 '이선달'도 만만치 않았다. 영화 케이블 채널을 인수해 스포츠채널로 바꿔 메이저리그를 직접 중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요즘 한창 뜨고 있는 Xports다. 이달 중 1000만 시청가구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 사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상파 방송사들 사이에선 중계권료만 올린 인물로 원성이 높다. 그러나 스포츠 마케팅 업계에서는 미디어 격변기에 어울리는 선구자라고 평한다. 그는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과 지상파 방송사의 계약을 주선하면서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옥외 중계를 할 수 있는 CCTV 중계권을 포함시켜 길거리 응원의 기틀을 마련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메이저리그 중계권 계약이 결렬된 것은 돈 문제도 있지만 소의 등심만 사려는 방송사와 소 전체를 팔려는 메이저리그의 이해가 달랐던 것이 핵심"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스포츠 산업이 발전하려면 등심도, 갈비도, 꼬리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1992년부터 KBS 영상사업단에서 근무하면서 해외 프로그램 수입 일을 했고, 이후 스포츠 마케팅사 IMG에서 근무하다 2000년 독립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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