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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장 보선 땐 나경원·박원순 … 우호·비판 댓글 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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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군 사이버사령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여론 동향을 체크한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1년11개월 동안 여론의 주목을 받은 인사들이었다.

대선 후보 급부상 안철수도 대상 #정치인은 여야 가리지 않고 살펴 #김미화·김여진 정부 비판 글 분석도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이버사령부의 ‘일일 국내외 사이버동향보고서’를 열람한 뒤 작성한 4쪽짜리 메모에 따르면 사이버사령부는 정치인의 경우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향을 파악했다. 주로 정치인의 발언과 기사를 체크한 뒤 인터넷에서의 우호적 댓글과 비판적 댓글의 비율을 분석하는 식이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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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1일 사이버사령부는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동향을 보고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5일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서울시장 여야 후보로는 각각 나경원(한나라당)-박원순(야권통합) 후보가 나섰을 때였다. 사이버사령부는 두 후보의 동향은 물론이고, 홍 대표와 관련해서도 ‘2008년 촛불시위 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아름다운재단이 모금액 100억여원을 좌파 단체에 지원했다는 내용은 홍준표의 색깔론이라는 비난이 89%’라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당시 홍 대표는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008년도 촛불사태 때 관련 단체들에 지원한 자금이 나갔다”며 박원순 후보를 겨냥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사이버사령부가 관련 기사들의 댓글을 일일이 확인한 뒤 여론을 청와대에 직보한 것이다.

2011년 11월 17일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보고 대상에 올랐다. 당시 안 대표는 정계입문 전이었고, 사재 1500억원을 기부해 공익재단을 만들었다. 사이버사령부는 ‘안철수 원장의 1500억원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치→차기 대선 주자 안철수 지지 91%’라며 안 대표가 대선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크했다.

해당 기간 동안 청와대 보고 횟수는 박원순 시장이 7건으로 가장 많았다.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3건으로 두 번째였다. 문재인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2건, 나머지 정치인(나경원·안철수·홍준표 등)들은 1건씩이었다. 당시 손 대표는 2011년 6월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반값 등록금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는데, 사이버사령부는 이 발언을 소개하며 ‘손학규·좌파 비난 83%’라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연예인들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분석이 이뤄졌다. 김미화씨는 2012년 4월 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현 정부를 비판한 연예인은 사찰당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이버사령부는 이에 ‘정부 비난(연예인을 괴롭히지 마라) 절대적’이라고 보고서를 만들었다. 영화배우 김여진씨가 2011년 6월 트위터에 정부 비판 글을 올리자 ‘비난 49%, 지지 46%’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소설가 이외수·공지영씨가 당시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우호적 댓글과 비판적 댓글을 비교분석했다.

이철희 의원실은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 등도 보고 대상이었으나 열람한 일일동향보고서가 462건에 이를 정도로 방대해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점만 확인하고 동향을 파악한 내용 등은 따로 옮겨적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대북 심리전을 펼쳐야 할 군 사이버사령부가 주요 민간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것은 후속 대응으로 ‘댓글작전’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동향 보고 후 SNS상에 댓글을 달아 파악한 여론을 조작하려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2012년 11월 12일 ‘대남 사이버 심리전 대응작전 결과’라는 별도의 문건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문건에 따르면 사이버사령부는 통합진보당 소속 김선동 의원 등의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배정을 놓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자 ▶종북 의원의 접근 차단을 촉구한 언론 보도 지지 ▶종북 세력 비판 등을 ‘대응 방향’으로 보고서에 적시했다. 이어 ‘종북 의원 배정 찬성 30%→2%, 배정 반대 70%→98%’라는 여론의 변화를 문건에 담았다.

박성훈·김록환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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