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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치밀한 ‘세계 언론’ 장악 전략을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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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장악하라

한국이 아닌 중국 얘기다. 그것도 중국 언론이 아니다. 세계 언론이다. 장악을 위한 플랫폼이 있다.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다. 9월 19일 중국 간쑤(甘肅) 성 둔황(敦煌)에서 있었던 ‘일대일로 미디어 협력 포럼’을 보면 중국이 어떻게 세계 언론을 야금야금 정복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13년 일대일로를 선언하고 이듬해 바로 시작한 게 이 포럼이다. 올해로 네 번째. 일대일로 성공을 위해 각국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꿰뚫고 있는 선전의 달인, 중국 공산당이다.

일대일로 미디어 포럼에 참석한 해외 언론인들 [사진 매일간쑤]

일대일로 미디어 포럼에 참석한 해외 언론인들 [사진 매일간쑤]

올해 포럼 주제는 ‘운명 공동체, 새로운 협력 시스템.’  전 세계 127개 국가에서 300여 명의 언론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한데 여기서 이번 포럼 주제에 담긴 함의를 놓치면 안 된다. 운명 공동체가 뭔가.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자마자 대외 외교 슬로건으로 내놓은 대외 포섭 전략이다. 지금까지 시 주석은 각국 원수와의 정상회담, 국내외 포럼 등에서 이 단어를 무려 60번이나 썼다. 요즘 세상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드니 공동으로 일을 도모하고 윈윈하자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그 내면에는 중국 주도의 운명 공동체라는 도략이 숨어있다. 중국과 함께 운명 공동체가 되면 살고 아니면 손해다라는 현실적 힘의 논리다.

中 세계 언론 장악 위한 플랫폼, #‘일대일로 미디어 협력 포럼’ 열어 #공산당, 일대일로 성공 위해선 언론 중요해

2017 일대일로 미디어 포럼 개막식 [사진 매일간쑤]

2017 일대일로 미디어 포럼 개막식 [사진 매일간쑤]

장소가 둔황인 것도 의미가 깊다. 둔황이 어딘가. 고대 실크로드 정수(精髓)가 곳곳에 있는 중국 문화의 보고다. 말이 아닌 유적으로 각국 언론을 유혹하고 동화를 촉구하려는 공간의 선택이다. 포럼을 주최한 당 중앙 기관지 인민일보의 양전우(楊振武) 사장은 “고대 실크로드를 되살려 서로의 길을 연결하고 마음을 잇고 정보를 소통시켜 아름답고 찬란한 미래를 열어가자”고 소리쳤다. 그는 이어 “이제 세계 언론은 공동으로 정책을 연구하고 함께 취재하며 일대일로 콘텐츠와 디지털 싱크탱크와 인재 망을 만들어 함께 윈윈하는 협력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고대 실크로드를 21세기 현대로 끌어내 중국을 축으로 한 새로운 세계 언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행동 강령이나 다름없다.

일대일로 포럼을 대국 언론 외교로 묘사한 중국경제주간 [자료 중국경제주간]

일대일로 포럼을 대국 언론 외교로 묘사한 중국경제주간 [자료 중국경제주간]

실무 준비는 치밀했다. 참석한 모든 해외 언론인들은 중국 측이 펴낸 영문판 ‘일대일로 건설 실적 보고서’를 만났다. 또 일대일로 청서도 포럼에 맞춰 출판됐다. 실적을 통해 각국 언론인들의 동참을 촉구하는 심리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포럼은 대략 6개 괄목할만 성과를 냈다고 한다.①일대일로 세계 언론 협력 청서(靑書) 출판②인민일보가 일대일로를 연구할 국제문제 연구소 설립③인민일보가 언론 협력 센터를 개설하고 해외 언론과 공동 취재 시작④일대일로 역내 협력 연맹 창설⑤일대일로 문화연구센터 설립⑥중국어와 영문판 중국의 실크로드 총서 발간 등이다.

이 정도면 과장과 말만 앞세운다는 중국 전략이 아니다. 구체적이고 치밀하고 광범위하다. 세계 언론 협력 청서에는 168개 언론 협력 실례가 들어있다. 중국이 산업만이 아닌 언론의 국제화에도 동력을 얻었다는 거다. 해외 언론의 중국 내 진입을 허용하면서 언론 교류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7 일대일로 미디어 포럼이 열린 둔황의 풍경과 문화재 [사진 바이두 백과]

2017 일대일로 미디어 포럼이 열린 둔황의 풍경과 문화재 [사진 바이두 백과]

그럼 중국은 왜 세계 언론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걸까. 왕원(王文) 인민대 중양(重陽) 금융 연구원 집행 원장의 설명에 답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수십 개 국가를 돌아다니며 일대일로 관련 강의를 했다. 결론은 일대일로 문제는 관중의 비난이 아니라 일대일로에 대한 기초지식의 부재에 있다는 것이다.

일대일로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나 비난이 모두 일대일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결핍에서 기인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결국 현지 언론을 통해 부단히 일대일로의 기본 정신과 중국의 입장을 홍보해야 한다는 거다.

스안빈(史安斌) 칭화대 언론대학원 부원장은 “언론 플랫폼 구축이 중요하다. 그 플랫폼을 통해 일대일로 콘텐츠 생산과 전파를 통합해 운영하고 실질적인 수단을 동원해 각국 간 문화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이 협력하고 (일대일로 정신을) 전파한다”고 강조한다. 역시 언론의 중요성을 갈파하는 얘기다.

세계 언론을 세분해서 공략해야 한다는 얘기도 공개됐다. 황요우이(黃友義) 중국 외문군(外文局) 부국장은 “일대일로는 연선 국가들과 정책과 인프라, 무역, 자금, 민심 등 5개 소통이라는 행동 수칙이 있다. 이는 각 수칙 별로 전문적인 언론 매체를 찾아 협력하는 게 가장 실효적이다.” 정책 소통은 종합지 중심으로, 무역과 인프라, 자금은 경제 전문 매체, 민심은 문화 전문 언론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포럼에 참석 중인 아프리카 언론인들 [사진 매일간쑤]

포럼에 참석 중인 아프리카 언론인들 [사진 매일간쑤]

일대일로 성공을 위해서라도 중국의 각국 언론 공습은 부단히 계속될 것이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입장에서 일대일로가 한중 관계를 복원하고 윈윈하는 경제 문화적 모델을 만든다는 조건하에서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겠다. 다만 중국 중심의 경제와 문화 패권에 휩쓸리지 않는 강한 정신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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