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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음악인 사랑 … 현송월 모란봉악단장,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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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15년 12월 중국 베이징 민쭈 호텔 로비에서 JTBC 카메라에 잡힌 모란봉악단 단장 현송월. 공연은 시작 3시간 전 돌연 취소됐었다. [중앙포토]

2015년 12월 중국 베이징 민쭈 호텔 로비에서 JTBC 카메라에 잡힌 모란봉악단 단장 현송월. 공연은 시작 3시간 전 돌연 취소됐었다. [중앙포토]

현송월(38) 모란봉악단 단장이 7일 북한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통해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진입해 주목받고 있다. 예술인이 당 중앙위 위원·후보위원에 포함되는 경우는 과거에도 더러 있었다. 백인준 백두산창작단장, 김병훈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부인 이설주의 은하수악단 선배 #김정은 애인설 한때 나돌기도 #악단 음란영상 숙청 때도 살아남아 #2015년 베이징공연 취소 사태 주역

그럼에도 현송월이 유달리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애인이라는 설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때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와 불편한 관계였고, 공개 총살됐다는 설까지 나왔다.

하지만 현송월은 오히려 이설주와 돈독한 사이라고 정보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당 중앙위 후보위원이 되기 전까지 김정은·이설주 부부와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많은 노동당 서기실 과장으로 근무해 왔다는 점에서다.

모란봉악단은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결성된 북한판 걸그룹이다. 김정일이 2009년 5월 만든 은하수관현악단이 이미 활동 중인 상황에서 김정은은 다시 여성 10인조 밴드를 만들었다.

데뷔 때부터 미니스커트 등의 차림새로 화제를 모았던 모란봉악단 단원들은 대부분 이설주가 나온 금성학원 출신이었다. 단장인 현송월은 이설주와 은하수관현악단 선후배 사이로, 나이는 현송월이 이설주보다 열 살 위다. ‘준마처녀’란 곡으로 북한에서 이미 스타덤에 올라있던 현송월이었지만 국내에 알려진 것은 두 가지 사건이 계기였다.

첫째는 2013년 8월 모란봉악단 음란영상 제작 사건이었다. 당시 관련자들이 대부분 처형됐을 때 그는 살아남았다. 오히려 2014년 5월 제1차 전국예술인대회에서 대좌(대령) 계급장을 달고 첫 연설을 할 정도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 이후 주요 행사 때마다 김정은 주변에 서 있는 ‘문고리 권력’의 하나로 부상했다.

또 하나는 2015년 12월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철수’ 사건이었다.

당시 현송월은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베이징 국가대극원(국가대극장)에서 공연을 준비하다 시작 3시간 전 귀국해 버렸다. 공연 내용이 김정은 우상화 일색임을 중국이 문제 제기하자 현송월은 “우리 공연은 원수님께서 직접 보아주신 작품이기 때문에 점 하나, 토 하나 뺄 수 없다”며 공연 취소 결정을 강행했다. 당시 동행했던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현송월을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김성남은 김일성·김정일의 중국어 통역사 출신으로 차기 주중 대사로 유력했던 인물이었으나 현송월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급기야 왕자루이(王家瑞) 전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나섰지만 공연 취소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설주 부부의 후광을 등에 업은 현송월은 특별한 권세를 과시하고 있으며, 노장 간부들을 함부로 대해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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