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는 '감독의 무덤'으로 불린다.
2000년 이후 8명 감독 거치면서 재계약 '0명' #외풍에 시달리고, 팬들의 기대도 높아 #허약한 타선, 헐거운 수비 보완해야 #'30년 라이온즈맨' 류 감독, 새 환경 적응도
2000년 이후 18년 동안 8명의 감독이 거쳐 갔지만,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마지막 재계약은 1999년 천보성 감독이었다. 97년 감독에 오른 천 감독은 97~98년 LG를 한국시리즈로 이끈 공을 인정받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천 감독도 재계약 첫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뒤 경질됐다.
LG는 지난 3일 양상문 감독과 재계약을 맺는 대신 류중일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양 감독은 2014년 시즌 도중 부임해 최하위 팀을 포스트 시즌에 올려놓았고, 지난해에도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이끌었지만,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운 데 만족해야 했다. 양 감독은 단장으로 팀 운영 전반을 책임지게 된다.
그동안 LG 감독 잔혹사가 이어졌던 이유는 '외풍(外風)'에 흔들리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시즌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도 쉽사리 경질설에 휘말렸다.
94년 이후 번번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하면서 모그룹에서도 성적에 대한 조급증을 냈다.
2013년 LG를 11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로 이끈 김기태 전 감독도 이듬해 구단과의 마찰로 시즌 도중 팀을 떠났다. 최고의 인기 구단 중 하나로 불리는 만큼 팬들의 높은 기대와 다양한 요구도 LG 감독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류중일 감독은 이런 LG를 3년간 이끌게 됐다. LG 구단은 류 감독에게 국내 감독 최고 대우인 21억원을 안겼다. 구단의 기대 수준이 최고 대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류중일 감독은 김재박 전 감독(4회)과 함께 김응용 전 감독(10회)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많이 차지했다. 삼성 감독에 부임한 2011년부터 우승을 시작해 2014년까지 4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4년 연속 통합우승은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류 감독은 2015년에도 삼성을 정규시즌 우승으로 인도했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간 지난해 삼성이 9위에 그치면서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이 때문에 류 감독을 "선수 복이 많은 '복장'"이라며 평가 절하하는 시선도 있다.
류 신임 감독 앞에 놓인 숙제는 산더미다. 양상문 감독이 진두지휘했던 LG의 체질 개선은 미완성으로 끝났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기대했던 만큼 크지 않았다.
양 감독이 단장에 오른 만큼 이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리빌딩의 완성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LG는 올해 팀 평균 자책점 1위에 올랐다. 강한 마운드에 비해 허약한 타선과 헐거운 수비력이 문제였다. 류 감독은 수비 전술에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탄탄한 수비진 구축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문제는 타선이다. 타선의 무게 중심을 잡아줄 대형 타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적절한 투자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류 감독은 선수-코치-감독으로 30년 동안 푸른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대구중-경북고를 나와 87년부터 99년까지 삼성 선수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코치, 그리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감독을 지냈다.
그래서 더 LG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이 낯설다. 새로운 환경도 류 감독이 넘어야할 산이다.
'감독의 무덤' LG에서 성공한 감독으로 남을지, 류 감독의 도전이 시작됐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