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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동산시장 불안해지면 다주택 보유세 인상 배제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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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달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의 자리 앞에는 장미꽃이 놓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아이디어였다.

혁신성장으로 정책 전환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과 병행할 것 #창업가가 실패해도 재기하도록 #연대보증제 등 걸림돌 없앨 방침 #김동연 패싱이란 말이 있는데 #경제정책 최종책임 내게 있다 #법인세 인상, 해당 기업 129곳 수준 #경영 발목잡는다는 주장 동의 못해

그는 이날 “화훼농가가 어려워 매주 금요일을 꽃 선물하는 날로 정했으면 한다”며 “그 의미로 오늘은 목요일이지만 여러분께 먼저 꽃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경제 정책을 주도하는 김 부총리의 광폭 행보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김동연(61)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제팀의 수장 역할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신인섭 기자

김동연(61)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제팀의 수장 역할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신인섭 기자

다음날인 29일 정부서울청사 19층 집무실에서 김 부총리를 만났다. 그에게 “요즘 목소리에 힘이 넘치는 것 같다”라고 하자 돌아온 답은 이랬다.
“저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간 청와대나 여당과 비교하면 ‘경제 컨트롤타워’라던 부총리의 존재감이 미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경제팀의 수장 역할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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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에 가려졌던 ‘혁신 성장’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 혁신 성장을 주도하는 건 김 부총리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에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혁신 성장은 계속 강조해왔고 정책 전환이 아니다”라며 “중소ㆍ벤처기업의 혁신을 이끌어 창업을 늘리고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득주도 성장의 필요성도 재차 역설했다. 펌프가 제대로 작동하게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마중물을 부어 물이 골고루 퍼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단 초(超) 과다주택 보유자에 한해서 검토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김종윤 경제부장이 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먼저 도착해 있던 각 부 장관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김 부총리가 장미 꽃다발을 장관들에게 선물했다. 신인섭 기자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먼저 도착해 있던 각 부 장관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김 부총리가 장미 꽃다발을 장관들에게 선물했다. 신인섭 기자

 다음은 김 부총리와 일문일답.

정부 경제정책의 한 축인 혁신성장이 소득주도성장에 밀려 주목을 덜 받았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동시에 달성 가능할 수 있을지 우려도 여전하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공정경제의 기반 위에 수요 측면의 소득주도 성장,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 두 축이 중심이다. 혁신성장을 새롭게 제시라거나 정책을 전환한 게 아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과 같이 눈에 띄는 정책이 많은 소득주도 성장과 비교하면 제도와 정책 개선, 기업가 정신 함양 등이 중심인 혁신성장은 주목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구체적 성과를 내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여 4대 방향을 중심으로 혁신성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자료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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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획재정부

자료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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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방향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존의 개별 기업 차원의 지원에서 생태계 자체에 대한 지원으로 전환하려 한다. 두 번째는 규제 개혁이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규제 개선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혁신거점의 확충이다.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기업이 연계된 산업클러스터와 같은 거점을 늘릴 것이다. 네 번째는 혁신자본과 혁신안전망 확충이다. 의욕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본과 손쉽게 연결되도록 하겠다. 연대 보증제 등을 폐지해 실패한 창업가가 재기할 기회도 확대하겠다.

이 네 가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일자리'와 '창업'이다.  기존의 청년창업, 생계형 창업 중심에서 벗어나 고용률과 생존율이 높은 숙련 창업ㆍ재창업ㆍ팀 창업을 장려하겠다. 이달 중 혁신창업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사회적 기업 창업, 대기업 분사 창업, 전문 서비스 창업 등 창업과 창직(創職)의 유형을 다양화하겠다. 특히 중소기업, 벤처기업, 혁신기업에 중점을 두려 한다. 이와 별도로 스마트시티, 에너지밸리 등 선도분야 시범사업 등을 발굴해 우수 모델을 공유·확산할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 지원책과 비교하면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에서 벗어나 생태계라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측면과 혁신·벤처 기업뿐만 아니라 기존 제조 중소기업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김 부총리는 말했다.

김동연(61)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자신의 경제정책 운영 철학을 밝혔다. 신인섭 기자

김동연(61)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자신의 경제정책 운영 철학을 밝혔다. 신인섭 기자

새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역점에 두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경제팀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과제는 일자리와 혁신성장이다. 대학 총장으로 있으면서 사회 진출을 앞둔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노동시장 현장은 나타난 통계보다 훨씬 어렵다. 청년 실업문제 해결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과제다.

그동안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부터 시작했지만 결국 일자리 만들기의 성패는 기업 등 민간부문에 달려 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특히 기존 기업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창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 ”

하지만 미국 등 주요국은 법인세율을 인하했는데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게다가 기업에 부담을 주는 여러 정책 탓에 ‘대기업 배싱(bashing)’ 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번 법인세율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지만, 세율 인상은 이익을 내는 초대기업에 대한 과세로 해당 기업이 129개 수준이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 경영에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그동안 한국경제가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나 편법 상속 등은 교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기업 배싱’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 위에서 대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하겠다. 대기업은 특히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투자ㆍ고용 확대의 기회가 있지만 규제 등 현실적 제약이 있는 경우 한꺼번에 ‘패키지’로 해결해 주려 한다. 물론 경제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 한해서다.”

김동연(61)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규제 개혁 입법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인섭 기자

김동연(61)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규제 개혁 입법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인섭 기자

과거 정부에도 규제완화를 역설했지만 제대로 않됐다.
“우선 기존 규제가 없어 규제정책 설계가 가능한 신산업ㆍ신기술 분야에 집중할 것이다. 신사업ㆍ신기술 분야에는 법령 개정 없이도 혁신 제품ㆍ서비스 출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융합법ㆍ산업융합촉진법ㆍ산업기술혁신촉진법 등 관련법을 연내 입법하겠다.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고 지역ㆍ서비스산업의 육성기반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규제개혁 입법에도 노력하겠다. 다만 국민건강과 안전, 의료 영리화 등 일부에서 제기되는 우려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 향후 국회 입법과정에서 논의하겠다.”

김동연(61)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 벤처기업의 혁신을 이끌어 창업을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김동연(61)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 벤처기업의 혁신을 이끌어 창업을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라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8ㆍ2부동산 대책의 효과는 어느 정도로 보는가. 여당 일각에서 보유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8월2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 주택 가격은 대체로 안정됐다. 다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불안 요인이 잠재돼 있어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 투기수요 유입 등 시장불안요인이 발생하는 경우 ^투기수요 근절 ^맞춤형 대책 ^실수요자 보호라는 3대 원칙에 따라 적극 대응할 것이다.

보유세는 초(超)과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형평성, 주요국들에 비해 낮은 부담 수준, 거래세와 보유세 비중 등을 고려해 검토할 사안이다.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보유세 인상은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경우 초과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은 대안 중 하나로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호전되던 경제가 최근 주춤한 거로 보인다. 정부가 전망한 3% 성장 달성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수출ㆍ투자 등 실물경제 회복세는 여전히 견조하다. 금융시장도 안정적이다. 다만 북핵, 통상 문제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연휴 기간에도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건 단순히 몇 %의 성장 달성이 아니라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배분되는 것이다. 성장의 질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에 대해 “국민 세금으로 민간 근로자 월급까지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ㆍ영세중소기업의 부담 증가 및 고용축소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최저임금 지원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 내년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과 정부지원의 효과, 최저임금 인상폭 등을 감안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심화하고 있다.
“우선 어려운 관광 업계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 숙박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을 신설하고, 사후면세점 즉시환급 한도도 인상하기로 했다. 자동차와 부품 업계에 대해서는 기존 대출 만기 연장, 신규 대출 확대 등을 통해 자금조달 애로를 해소할 계획이다.

근본적으로 한·중 경제 협력 관계가 질적으로 보다 성숙할 수 있도록 대중 수출ㆍ투자의 다양화ㆍ차별화를 하겠다.”

김동연(61)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청와대 및 여당과 긴밀히 협조하며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김동연(61)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청와대 및 여당과 긴밀히 협조하며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김동연 패싱(passing) 이란 말이 나왔다. 청와대와 정부간 협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는가.
“부총리로서 경제팀의 팀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고 경제팀의 의사결정구조도 원활하다고 생각한다. 경제팀은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밖으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처장관에게 오너십을 주되 경제 정책에 대한 최종 책임은 제가 진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청와대 및 여당과도 여러 사안에 대해 긴밀하게 토론ㆍ소통하며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정리=박진석ㆍ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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