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명절 전후는 정신과 상담의 '성수기'다. 가족간 갈등과 상대적 박탈감이 극단적인 행동을 유발하기 쉽다. 연휴 직후 자살률이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2012년 1일 평균 자살자 수는 38.7명이지만 명절 직후에는 41.5명으로 증가했다. 명절 전후 이혼 신청도 평소의 2배에 달한다. 지난해 하루 평균 298건이던 이혼 신청이 명절 전후 10일간 평균 577건으로 급증했다.
매년 명절 전후는 정신과 상담 성수기 #명절 직후 자살률·이혼 신청도 급증해 #연휴에 받을 정신적 스트레스 줄이려면 #남녀 역할 분담하고 '너네집' 공격 자제 #카톡방 인사 자제하고 수면 규칙적으로 #가족과 허심탄회한 대화 시간도 가져야
남들이 모두 즐거운 명절에 나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생각은 정신적 고통을 더 키울 수 있다. 최대 10일. 유난히 긴 올해 추석 연휴에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소개하는 '명절에 스트레스 덜 주고 덜 받는 10가지 팁'을 정리했다.
명절 연휴 동안 부엌을 떠나지 못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해마다 반복된다. 차례 음식 준비부터 집에 모인 가족들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는 일까지…. 명절 노동이 모두 여성에게 몰리면 가족간 갈등으로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가족들이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역할을 적절히 분담하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내 입장에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충고가 많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 친지를 상대로 섣불리 충고했다간 오해를 키울 수 있다. 충고를 하더라도 그 사람의 문제가 되는 행동만 지적하는 정도로 그쳐야 한다. 아예 정체성 자체를 공격하는 내용은 피해야 한다.
"직장은 구했니", "대학은 잘 갔니"는 닫힌 질문의 대표적인 예다. 내가 궁금한 점만 생각하고 물어보면 상대방이 의도치 않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요즘 잘 지내니"처럼 열린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대답의 범위를 넓게 두는 게 필요하다. 상대가 원하는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자.
친족끼리의 싸움보다 집안간의 싸움으로 번졌을 때 문제가 커진다. 부부가 양가 가족들을 언급하면서 언성을 높이는 게 대표적이다. 남편·부인이 서로의 가족을 '너네 집', '당신네 가족' 등으로 언급하는 순간 선을 넘어서게 된다. 이처럼 선을 넘는 표현만 피해도 큰 갈등을 피할 수 있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별 의미 없는 인사말이지만 누군가에겐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회사에서 상급자 위치에 있다면 후배 직원들이 함께 있는 단체 대화방에 섣불리 명절 인사를 건네지 말자. 소통을 위한 대화방이 후배 입장에선 짐이 될 수 있다. 연휴 기간 중 꼭 해야할 말이 있더라도 되도록 밤 시간은 피하는 게 좋다.
황금 연휴을 맞이해 평소 밀린 수면을 보충하려고 했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한번에 몰아서 자는 과수면은 오히려 수면 효율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불면증도 유발할 수 있다. 잃어버렸던 생활 리듬을 회복하는 목적으로 하루 6~8시간씩 규칙적으로 자는 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오랜만에 친인척이 모인 자리에선 해묵은 갈등이 충돌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스트레스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알코올 섭취가 과해지면 자제력을 잃고 감정이 폭발하기 쉽다. 적당한 음주는 나뿐 아니라 모든 가족의 정신 건강을 배려하는 일이다.
걱정과 비판보다는 칭찬 위주의 대화를 하자. 오랜만에 만나서 따라잡을 이야기가 많은 가족들 사이엔 걱정과 충고가 아니어도 나눌 대화 주제가 많다. 당사자가 불편해 할 주제는 먼저 나오기 전에는 꺼내지 말자. 서로 편안함을 느끼면 대화는 부드럽게 흘러간다.
소방대원, 응급 의료진, 쪽방촌 주민, 취업준비생….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거나 혼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많다. 연휴 동안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만 신경을 써도 이들의 외로움와 박탈감이 커지지 않을 수 있다. 직접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전화나 문자, 카톡으로 안부를 전해보자.
추석 연휴가 끝나기 전에 가족들과 둘러 앉아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서로 말 못했던 점, 서운했던 점을 털어놓고 공감해주면 감정이 쌓이지 않는다. 좋았던 점과 고마웠던 점도 함께 이야기하도록 한다. 대화가 없다면 내년 설날, 추석까지도 갈등이 남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