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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일본 총리론 15년 만에 중국 국경절 행사 참석 “시진핑 방일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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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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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상하오(晩上好·중국의 저녁 인사)…, 방금 청융화 대사님 부인에게서 배운 말입니다만.”

빗속 중의원 선거운동 뒤 달려가 #중·일 관계 개선 적극적 제스처 #선거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

28일 저녁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의 ‘국경절’(건국기념일) 및 중·일 국교정상화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이렇게 인사말을 시작했다.

아베(얼굴) 총리는 이어 “연내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일본에서 개최해 (중국 측 멤버인)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모시고 싶다”고 말한 뒤 “그다음은 내가 중국을 방문할 차례고, 나의 방중 이후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일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 나라이기 때문에 양국 간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런 개별적인 문제들이 양국 관계 전체에 미칠 영향을 잘 관리해 나가면서 더욱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일 중국대사관 주최로 열리는 이 행사에 현직 일본 총리가 참석한 건 무려 15년 만이었다. 또 양국은 이날 10년 만에 축전도 서로 교환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행사 참석과 시 주석 방일 요청에 대해 “정상들의 상호 방문에 본인이 직접 강한 의욕을 드러냄으로써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중국 측의 반응을 살피려 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이날은 중의원이 해산되고 일본 정치권이 사실상 선거운동에 돌입한 날이었다.

아베 총리 스스로가 행사장 방문 직전에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대표와 함께 도쿄 시부야 거리에서 빗속 가두연설을 했다. 그래서 아베 총리는 인사말에서 “비가 꽤 많이 와서 공명당 야마구치 대표와 제가 비에 흠뻑 젖었다”고 소개했다. 또 일본어로 ‘잘생기고 멋진 사람’을 수식하는 데 쓰이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 듯한’이란 표현을 거론하며 “나도 조금은 멋있어 진 것 같다”는 농담도 던졌다. 빗속에서도, 선거운동이 진행 중임에도 행사장까지 ‘어려운 걸음’을 했다고 은근히 강조한 셈이다. 아사히신문은 “총리의 참석은 행사 직전에야 결정됐다”며 ‘외교 이슈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선거에도 유리할 것으로 생각해 해산 당일임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행사장을 찾은 것 아니겠느냐’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해석을 전했다.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양국 수교 기념식에 중국 서열 4위의 위정성(兪正聲) 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나타난 데 이어 도쿄 행사엔 아베 총리가 참석하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갈등으로 썰렁했던 한·중 수교 25주년 행사와는 대조를 이뤘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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