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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아빠 김승혁 “딸 승리가 우승 선물 또 줬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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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투어 13년차의 김승혁이 역대 최고의 우승상금(3억원)이 걸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로부터 물세례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난이도가 높은 코스에서 대회 내내 타수를 줄였다. [사진 KPGA]

투어 13년차의 김승혁이 역대 최고의 우승상금(3억원)이 걸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로부터 물세례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난이도가 높은 코스에서 대회 내내 타수를 줄였다. [사진 KPGA]

김승혁(31)이 24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마지막날 1타를 줄인 끝에 합계 18언더파로 공동 2위 강경남(34)·조민규(28·이상 10언더파) 등을 8타 차로 제쳤다.

KPGA 제네시스 챔피언십 정상 #2년간 톱10 딱 한 번뿐이었는데 #8타 차로 ‘와이어 투 와이어’ 기쁨 #3억 잭팟에 내년 PGA 투어 티켓도 #이정은은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1위

투어 13년째를 맞은 김승혁은 2주 전 아빠가 됐다. 올해 초 결혼한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 부인 최리(30)씨가 딸을 낳았다. 김승혁은 “꼼지락거리는 딸의 손가락을 보면서 뭔가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딸은 복덩이다. 뱃속에서부터 아빠에게 힘을 줬다. 2014년 KPGA투어 대상과 상금왕 등 2관왕에 올랐던 김승혁은 지난 2년간 톱10에 단 한 번밖에 들지 못했다. 그는 지난 6월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에서 2년 8개월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아내의 뱃속에 있는 딸을 생각하니 힘이 불끈불끈 솟았다고 그는 말했다. 아기의 태명은 ‘승리’ 다. 자신의 이름 가운데 글자인 ‘승’과 부인의 ‘리’를 합쳐 지었다. 승리는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에게 또다시 멋진 우승을 안겼다.

김승혁의 샷은 놀라웠다. 대회가 열린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은 2015년 프레지던츠컵을 연 코스다. 조던 스피스,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 등이 출전했던 최고 수준의 대회였다. 이번 대회 코스 난이도는 그 때보다도 높았다. 당시 7200야드였던 코스 전장은 이번 대회 7366야드로 늘어났다. 그린 스피드도 더 빨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에게 우승트로피를 받는 김승혁. [사진 KPGA]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에게 우승트로피를 받는 김승혁. [사진 KPGA]

최경주(47)는 “PGA 투어 대회라도 이 정도면 난코스에 속한다. 하루 한 두 타 정도 줄이면 5등 이내에는 반드시 들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장 관계자들은 우승 스코어는 7언더파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게 어려운 코스에서 김승혁은 첫날 8언더파를 쳤다. 당연히 코스 레코드였다. 둘째 날엔 5타를 더 줄였다. 김승혁이 치고 나가자 대회 주최측은 3라운드를 앞두고 핀을 어려운 곳에 꽂았다. 선수들이 “너무 어려운 곳에 핀을 꽂아서 정상적인 경기를 하기 어렵다”고 항의할 정도였다. 그 조건에서도 김승혁은 4타를 더 줄였다. 3라운드까지 김승혁은 무려 17언더파를 쳤다. 2위 그룹과 무려 8타 차가 났다.

김승혁과 마지막날 함께 챔피언 조에서 경기한 노승열(26)이 역전을 노렸지만 워낙 타수 차이가 컸다.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노승열은 11월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노승열은 “김승혁 선수는 독보적이고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빈틈이 보이지 않더라. 후반 실수가 나오지 않았다면 20언더파를 넘길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송병주 KPGA 운영국장은 “김승혁은 이번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 급이라 할 만큼 인생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김승혁에게 딸이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KPGA투어 사상 가장 많은 우승상금 3억원과 고급 승용차까지 부상으로 받은 김승혁은 보너스로 PGA 투어에 나설 기회도 얻었다. 다음달 제주에서 열리는 CJ컵과 내년 미국에서 개최하는 제네시스 오픈이다.

이정은

이정은

한편 이정은(21)은 이날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합계 18언더파로 우승했다. 이정은은 전날 열린 2라운드에서는 이글 1개와 버디 10개로 12언더파 60타를 기록했다. 2003년 전미정이 파라다이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세운 KLPGA투어 18홀 최소타 기록(61타)을 한 타 경신한 새 기록이었다.

시즌 4승을 거둔 이정은은 다승·상금·대상·평균타수 등 KLPGA 주요 부문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10개월여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박성현(24)은 합계 7언더파로 공동 34위를 차지했다.

인천=성호준·김지한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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