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누출 아이 죽을 뻔했다" 콜센터 난동 30대 남성 알고 보니 미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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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가 누출돼 아이들이 죽을 뻔했다며 콜센터에 200차례 이상 전화해 보상을 요구하고 직원들을 폭행한 30대 남성을 경찰이 붙잡았다. 조사 결과 가스누출 사고는 없었으며 이 남성은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부산남부경찰서는 공갈 등의 혐의로 김모(36)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30대 남성이 콜센터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30대 남성이 콜센터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부산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씨는 지난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도시가스 콜센터에 217차례 전화해 "가스가 누출돼 우리 아이가 죽을 뻔했다"며 욕설과 폭언을 하며 "보상금으로 150만원을 주지 않으면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이 기간에 하루 평균 5시간씩 콜센터에 전화해 업무를 방해했다.

콜센터 상담원 가운데 1명은 김씨가 "우리 아이가 용서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하니 전화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윽박지르는 탓에 오후 10시 30분까지 네 살배기 쌍둥이 자녀와 함께 회사에 남아 있어야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8월 21일 오후 부산에 있는 고객상담실에 찾아가 "다 죽여 버린다"며 직원 2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장에는 경찰까지 출동했다.

김씨가 여러 차례 걸쳐 집중적으로 전화를 걸어오자 콜센터 직원들은 부산에서 전화가 오면 상담을 시작하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콜센터 직원 일부는 실신하기도 했고 일부는 현재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환청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해졌다.

부산 고객상담실 측은 김씨의 아파트에 가스가 정상적으로 공급되는데다 가스 누출이나 그에 따른 119 출동이 없었다는 점 등을 확인하고 지난달 22일 김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리 고객이라 해도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에 규정과 절차에 따라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가스레인지 작동이 안 돼 콜센터에 전화하니 즉시 출동하지 않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가스레인지 제조사에 연락하라고 한 것에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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