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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편의 제공하고 억대 뒷돈 받은 통일부 재단 직원 구속기소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영기)는 IT 관련 납품업체에 입찰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고 1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의 전산팀장이었던 A(42)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7일 밝혔다. 남북하나재단은 북한이탈주민 보호와 정착 지원을 위해 지난 2010년 설립된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위해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하거나 유리한 입찰조건을 기재해주는 등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대가로 500만~7000만원을 건넨 납품업체 대표 B(41)씨 등 5명은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됐다.

통일부는 지난 5월 “A씨가 남북하나재단에 IT 관련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업체로부터 1억6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했다”며 A씨를 서부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통일부가 제출한 고발장의 내용을 검토한 뒤 A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한편 납품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A씨는 재단의 IT 관련 구매와 용역 입찰과 관련해 특정 업체들이 계약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1억2000만원 상담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부지검에 따르면 A씨는B(41)씨가 운영하는 보안시스템 공급업체의 추천인을 입찰 심사위원으로 선정해주고 모두 7000만원을 받았으며, C(43)씨가 운영하는 정보시스템 공급업체로부터는 2249만원을 받고 유리한 입찰 조건을 마련해 줬다. 소프트웨어 납품업체 팀장 D(44)씨에게서는 1800만원을 수수하고 수의계약 사유서를 작성해 해당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 검찰의 조사 결과다.

당초 A씨는 지난해 통일부 정기 감사 당시 “친분이 있는 업체로부터 돈을 빌린 것일 뿐이다”고 주장하며 각 업체로부터 받은 차용증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부지검 관계자는 “금전 차용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처음부터 차용증을 받은 게 아니라 감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기관 산하 재단 직원의 경우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업무가 공적인 사안이다보니 업무 관련해 대가성이 있는 돈을 받으면 배임 수재가 아닌 뇌물로 혐의가 적용된다”며 “재단의 IT 관련 정부 조달 사업은 용역 발주나 용역대금 산정, 수의계약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이 모두 담당자의 재량에 달려 있어 업체와의 유착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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