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 훈장 받은 노부부, 지하철 테러범 위탁양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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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파슨스 그린역의 사제폭발물 테러 용의자로 검거된 시리아 난민 출신 야라 파루크. [사진 페이스북]

영국 런던 파슨스 그린역의 사제폭발물 테러 용의자로 검거된 시리아 난민 출신 야라 파루크. [사진 페이스북]

지난 15일(현지시간) 벌어진 영국 런던 지하철 폭발물 테러 용의자가 속속 검거되고 있다. 런던경찰청은 사건 다음날 18세 남성을 남부 도버 항구 주변에서 체포한 데 이어 17일 서부 하운즐로우에서 21세 남성을 추가로 체포했다. 런던경찰청은 이들의 체포가 "수사에 중대한 진전"이라고 표현했지만 수사상 이유를 들어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검거된 18세 용의자는 시리아 난민 출신 #3년 전 영국 이주, 런던 남부 노부부가 돌봐 #30년간 수백명 위탁양육 공로로 훈장도 받아

이 가운데 먼저 체포된 18세 용의자의 이름은 야라 파루크(Yahyah Farroukh)이며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넘어온 난민 출신이라고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런던경찰청은 그를 체포하고 몇 시간 만에 이 용의자가 거주해온 런던 남부 교외 선버리의 한 주택을 급습·수색했다.

영국 런던 파슨스 그린역의 사제폭발물 테러 용의자를 위탁양육해온 존스 부부. 이들 부부는 지난 2009년 엘리자베스2세 여왕으로부터 BME 훈장을 수여받았다. [사진 텔레그래프 캡처]

영국 런던 파슨스 그린역의 사제폭발물 테러 용의자를 위탁양육해온 존스 부부. 이들 부부는 지난 2009년 엘리자베스2세 여왕으로부터 BME 훈장을 수여받았다. [사진 텔레그래프 캡처]

이 주택은 로널드 존스(88)·페넬로페 존스(71) 부부 소유로 이 부부는 30년간 아동 268명을 위탁양육하면서 지역 사회의 신망을 얻었다. 2009년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MBE' 훈장을 받기도 했다. MBE는 대영제국 5등급 훈장으로 비틀스·아델 등도 수여받은 공로훈장이다. 훈장 수상 당시 페넬로페 존소는 “나는 마음을 모든 아이들에게 연다. 우리에게 오는 누구라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파루크는 15세 때 부모가 이라크에서 사망한 뒤 영국으로 넘어왔고 존스 부부의 보살핌을 받아왔다. 한 이웃 주민은 “존스 부부가 현재 두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파루크로 추정되는) 한 명이 다루기 어려워 늘 마찰이 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페니(페넬로페)는 훌륭한 아동 위탁양육 엄마다.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파슨스 그린역에서 발생한 사제폭발물 테러 용의자가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가 담긴 대형봉투를 들고 가는 모습. [사진 CCTV 캡처]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파슨스 그린역에서 발생한 사제폭발물 테러 용의자가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가 담긴 대형봉투를 들고 가는 모습. [사진 CCTV 캡처]

영국 민간 ITV는 이날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이 이른 아침 선버리 주택 인근에서 마트용 대형봉투를 들고 가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로부터 90여분 뒤 파슨스 그린 지하철역에선 사제폭발물이 터져 출근하던 시민 30명이 다쳤다. 피해자 대부분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사건 이후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폭발의 배후세력을 자임했지만 용의자와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ITV 폐쇄회로 영상화면 바로 가기

경찰은 하운즐로우에서 추가로 체포한 21세 용의자와 관련해서 런던 남서부 교외 스탠웰에 있는 한 주택을 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테러는 지난 3월 런던 국회의사당 앞 차량 돌진공격을 포함해 지난 6개월새 영국에서 다섯번째 발생한 테러다.

영국 런던 파슨스 그린역에서 바스켓에 담긴 사제폭발물이 터진 현장 사진. [사진 트위터 캡처]

영국 런던 파슨스 그린역에서 바스켓에 담긴 사제폭발물이 터진 현장 사진. [사진 트위터 캡처]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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