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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함 25년 만에 내부 첫 공개 … “43평 아파트서 장정 40명 사는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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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각 부서 잠항 준비!”

중앙일보 기자가 탑승해보니 #“적에게 노출, 긴급 잠항” 외치자 #승조원들 뱃머리로 뛰어 무게 실어 #16㎞ 밖 선박 인식 음파탐지기 등 #길이 56m 폭 7.6m에 장비 빼곡 #3명이 침대 2개 번갈아 가면서 써

“전 부서 잠항 준비 끝.” 이어 “쿵” 소리가 들렸다. 김형준(중령) 함장이 잠수함 해치(승강구)를 닫는 소리였다. 곧 함장이 나지막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충수(充水)!”

기관장이 “충~~~수!”라고 이어받고, 전 승조원은 “충수”라고 따라 소리쳤다. 내부 탱크에 물을 채워 1200t의 잠수함을 가라앉게 하는 작업이다.

지난 12일 백령도 북방한계선(NLL)상 가상 북한 군함을 공격하는 훈련이 진행됐다. 전투정보실에서 승조원들이 어뢰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해군]

지난 12일 백령도 북방한계선(NLL)상 가상 북한 군함을 공격하는 훈련이 진행됐다. 전투정보실에서 승조원들이 어뢰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해군]

지난 12일 오후 2시33분쯤 제주 서귀포 인근 해역 7.5㎞ 지점에서 한국 최초의 장보고급 잠수함 장보고함(SS 061)이 잠항했다. 이날 해군은 언론에 장보고함의 훈련 장면을 처음 공개했다. 밖을 볼 수 없었지만 물결이 선체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보고함은 1992년 10월 14일 해군에 취역했다. 다음달 스물다섯 살 생일을 맞는다. 97년 해군 최초로 하와이까지 1만8000㎞ 잠항 항해에 성공했고 2004년 연합훈련에서 미 항공모함 등 15척을 가상 격침시킨 전력을 자랑한다.

“적 항공기 접촉.”

적 항공기에 장보고함의 위치가 노출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시작됐다.

“긴급 잠항! 승조원 함수(艦首)로!”

십수 명의 승조원이 함수로 뛰었다. 앞쪽에 무게를 더 실어 더 빨리 잠항하기 위한 조치다. 잠수함은 금세 50m 수심으로 내려간다.

“적 함정 출현! 어뢰 발사 준비!”

백령도 북방한계선(NLL)의 가상 북한 군함을 공격하는 훈련이었다. 잠수함은 물속에 있기 때문에 수상(水上) 선박의 위치는 소나(sonar·수중 음파탐지기)로 탐지한다. 소나는 초음파를 쏴 되돌아 오는 초음파를 잡는 방식으로 목표의 위치와 거리를 측정한다. 장보고함의 소나는 16㎞ 전방의 적 수상함도 잡아낼 수 있다.

“공격 잠망경 올려.”

수중에서도 수상을 볼 수 있는 잠망경이 올라갔다.

“5, 4, 3, 2, 1, 발사.”

함장의 공격 명령이 내려졌다. 잠수함 전투정보실의 모니터에선 어뢰가 적 수상함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물론 훈련이기 때문에 실제 발사는 없었다.

공격 중 내렸던 잠망경을 다시 올린 함장은 “표적 명중, 현재 침몰 중”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함장은 “어뢰를 적함에 명중시킬 수도 있지만 버블제트 현상을 이용해 적함을 격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버블제트는 어뢰가 수상함 아래에서 폭발한 이후 발생한 폭압으로 배를 부러뜨려 가라앉게 하는 방법이다.

장보고함 내부는 비좁다. 한 승조원이 침대에서 쉬고 있다. 1m80㎝가 넘는 사람은 다리를 채 다 펴지 못한다. 침대 수가 부족해 3명이 침대 2개를 함께 쓴다.[사진 해군]

장보고함 내부는 비좁다. 한 승조원이 침대에서 쉬고 있다. 1m80㎝가 넘는 사람은 다리를 채 다 펴지 못한다. 침대 수가 부족해 3명이 침대 2개를 함께 쓴다.[사진 해군]

장보고함 전체 길이는 56m에 폭은 7.6m, 높이는 11.5m다. 그 공간에 각종 장비가 잔뜩 들어 있다. 전체 승조원 40명에 침대는 33개다. 그래서 3명이 침대 2개를 함께 쓴다. 장보고급 잠수함 승조원은 이런 환경을 빗대 “43평 아파트에 40명의 장정이 함께 산다”고 한다.

김형준 함장은 “해군 잠수함 부대는 지금 당장 명령이 떨어져도 적진에 침투해 임무를 완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해군은 2019년까지 장보고급 9척, 이보다 더 큰 손원일급(장보고-II급·1800t) 9척을 보유할 계획이다. 또 3000t급의 장보고-III급 잠수함 9척을 준비 중이며, 핵추진 잠수함 보유도 검토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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