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나라의 대시인이자 서예가인 소동파에게 어느 날 지인이 대나무를 그려달라고 청했다. 마침 주위에 있던 주묵(朱墨)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주자 지인은 “붉은색 대나무가 어디 있나”라고 힐난했다. 그러자 소동파가 대답했다. “그럼 검정 대나무는 또 어디 있나?”
이승희의 ‘TAO: Between Dimensions’ #9월 12일~10월 14일 박여숙화랑 서울 #문의 02-549-7575 #‘경덕진; 백자에 탐닉하다’ #9월 9일~2018년 2월 18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문의 055-340-7014
도자기 제작지로 유명한 중국 징더전(景德鎭)에서 10년째 도자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 이승희(59)는 이 옛 고사에서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도자기로 붉은 대나무와 검정 대나무, 그리고 흰 대나무를 만들어냈다. 총 7가지의 유·무광 유약을 적절히 활용하고 길이와 모양 역시 수축률을 정교하게 계산해낸 작업이다. 그렇게 한 마디씩 조립한 길쭉한 도자기 대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룬다. 그 숲을 거닐며 옛 선인의 이야기를 음미한다.
서울 박여숙화랑과 경남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