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전해야 할 횡단보도서 또 사고... 중학생 버스에 치어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3일 시내버스가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A군(13)을 덮쳐, A군이 숨졌다. 사진은 사고를 낸 같은 노선번호의 시내버스가 사고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지난 13일 시내버스가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A군(13)을 덮쳐, A군이 숨졌다. 사진은 사고를 낸 같은 노선번호의 시내버스가 사고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임명수 기자

녹색보행 신호등이 켜진 횡단보도. 안전해야 할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중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포 구래동 오라니마을 사거리 횡단보도서 #보행자 초록색 신호 바뀌어 건너던 중 사고 #버스,보행신호시 진입 불가에도 우회전한 듯 #시내버스 기사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진술

경찰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3일 오전 6시 16분 경기도 김포시 구래동 오라니마을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발생했다.

횡단보도에 서 있던 중학교 1학년 A군(13)은 보행자 신호등이 빨간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자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하지만 이때 차량 정지 신호(빨간색)를 무시한 33번 시내버스가 우회전하면서 A군을 덮쳤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군이 탔던 자전거. [사진 김포경찰서]

A군이 탔던 자전거. [사진 김포경찰서]

A군은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면서 버스 밑으로 빨려 들어가 앞바퀴에 깔렸다. A군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상태가 심각했다. 즉시 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형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A군이 숨진 횡단보도는 자전거 횡단이 가능하다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또 이곳은 대각선횡단보도(좌우 및 대각선으로 동시에 건널 수 있는 곳)여서 교차로에 설치된 보행자 신호등이 모두 초록색으로 바뀐다. 이 경우 차량은 교차로 진입은 물론 지나갈 수 없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모(39·여)는 “이곳은 평소에도 버스나 승용차, 덤프트럭 등이 신호를 무시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사고가 난 교차로에서 1시간여 지켜본 결과 보행 신호가 들어와 있음에도 우회전하는 차량이 쉽게 목격됐다.

A군이 탔던 자전거.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폐달 일부가 파손됐다. [사진 김포경찰서]

A군이 탔던 자전거.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폐달 일부가 파손됐다. [사진 김포경찰서]

버스 기사 이모(41)씨는 경찰에서 “아무 생각 없이 횡단보도 쪽으로 우회전했다”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학생을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적용했다. 이번 사고가 업무상과실(業務上過失)로 볼 수 있지만 교통사고인 경우에는 ‘교특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졸음이나 음주운전은 아니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교특법’을 적용했다고 해서 ‘업무상과실치사’보다 형량이 낮아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중상해 이상(사망 포함)인 경우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268조·업무상과실치사상)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  .

A군의 유가족들은 이씨의 처벌을 강력히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시내버스가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A군(13)을 덮쳐, A군이 숨졌다. 사진은 같은 노선번호의 버스가 사고가 난 횡단보도 방향으로 우회전하고 있는 모습. 임명수 기자

지난 13일 시내버스가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A군(13)을 덮쳐, A군이 숨졌다. 사진은 같은 노선번호의 버스가 사고가 난 횡단보도 방향으로 우회전하고 있는 모습. 임명수 기자

경찰 관계자는 “A군이 버스 앞문 모서리쪽에 부딪혔는데 우회전을 하면 운전기사가 통상 앞이나 좌측을 보기 마련이어서 A군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며 “검찰 지휘를 받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본부 임재경 연구위원은 “교차로에 대각선횡단보도가 설치됐다는 것은 보행자가 많다는 소리”라며 “버스의 경우 우회전시 잘 안보이거나 회전반경이 커 특히나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전자들의 의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재 우리나라 교통법상 보행신호등이 초록색일 경우에도 우회전이 가능하지만 사고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며 “보행자 신호등이 초록색인 경우에는 무조건 정차하도록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 8월말 현재 인천에서만 315건의 횡단보도 내 사고가 발생, 이중 8명이 사망하고 328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 기간 경기남부에서도 32명이 사망하고, 1203명이 부상을 당했다.

김포=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