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日 '재무장 改憲' 가속도 붙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5일 자민당 창당 50주년을 맞는 2005년 11월까지 자민당의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총리가 집권 자민당에 헌법 개정 시기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일본 정가의 최대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평화 헌법'이 개정돼 군대보유.집단적 자위권(동맹국이 공격당할 경우 참전할 수 있는 권리)이 허용되면 재무장의 길이 활짝 열리기 때문에 일제 피침의 역사를 겪은 한국.중국과 일본 내 진보세력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시=고이즈미 총리는 25일 저녁 헌법개정안 마련과 함께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에게 "국민투표법안 제정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야마사키 간사장은 26일 "내년이나 내후년 정기국회에 국민투표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헌법은 중.참의원에서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국민투표에서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개정된다. 그러나 국민투표법이 없어 고이즈미 총리가 사전 준비작업을 지시한 것이다.

◇개정안 초점=여.야당은 2000년부터 국회 내에 헌법조사회를 설치하고 헌법 개정 필요성 여부를 조사해 왔다. 현행 헌법이 1947년 제정된 이후 한번도 수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대변화에 맞춰 환경권.인권 보장 등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거나 고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하는 9조가 최대 핵심으로 부상했다.

특히 북핵 위기를 계기로 군대 보유와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자는 주장이 높아졌다. 국회 헌법조사회는 지난해 11월 이 같은 9조의 수정을 중심으로 하는 중간보고서를 냈고,2005년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시 배경=고이즈미 총리는 "자민당 창당 정신은 자주적인 헌법 제정"이라며 "야당도 반대하지 않는 만큼 국민의 뜻을 물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가 다음달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발언을 한 배경은 '보수화된 국민성향에 편승, 보수.우익세력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파장=지난달 군대(자위군).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개정안 초안을 만든 자민당 헌법조사회는 큰 탄력을 받게 됐다. 요미우리 신문은 "헌법개정 논의가 다음달 자민당 총재선거와 10월 중의원선거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파장이 커지자 26일 "내 재임 중에는 헌법 개정에 착수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문제는 정치권의 구도를 바꾸는 폭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구성하는 공명당 관계자는 "9조 유지는 공명당의 당론"이라며 "자민당이 9조를 바꾸려고 하면 심각한 대립상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