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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를 벗어 던진 신데렐라, '베이비 드라이버' 릴리 제임스

중앙일보

입력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매거진M] “20번 국도를 타고 무작정 서쪽으로 달리고 싶을 때가 있어. 아무 계획 없이 좋아하는 음악만 들으면서.” 운전·음악밖에 모르는 베이비는 처음 만난 데보라(릴리 제임스)의 말 한마디에 그야말로 넋이 나가 버린다. 제대로 취향 저격 당한 이 기분. 심지어 예쁘잖아.

생기 넘치는 큰 눈과 시원한 미소, 거기에 당돌하면서 청순한 매력까지. 릴리 제임스는 그간 우리가 사랑해온 ‘로코퀸’의 면모를 두루 겸비했다. 베이비가 첫눈에 반했던 것처럼, 에드가 라이트 감독도 제임스에게 푹 빠졌단다.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정말 완벽했다. 따뜻하고 순수한 데보라의 캐릭터를 제임스가 제대로 살렸다. 나도 반했다.”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한데 촌스러운 차림의 웨이트리스를 연기하는 제임스의 모습은 다소 신기하다. 20세기 초 영국 귀족을 그리는 TV시리즈 ‘다운튼 애비’(2010~2015, ITV)를 시작으로,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신데렐라’(2015, 케네스 브래너 감독), 좀비 때려잡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2016, 버 스티어스 감독)에서도, 늘 우아한 공주풍 드레스 차림이었으니까.

‘베이비 드라이버’의 데보라는 백마 탄 왕자만 바라는 착해 빠진 신데렐라가 아니다. 조수석에 앉아 비명이나 지르고, 주인공을 곤경에 처하게 하는 나약한 여자는 더더욱 아니다. 제임스에게 데보라는 그래서 특별하다. “작은 레스토랑에서 무료한 생활을 하지만, 영혼은 누구보다 자유롭다. 베이비를 범죄 세계에서 벗어나도록 이끄는 것도 바로 데보라다!” 역시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 베이비는 데보라 하기 나름이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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