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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소재·기술 … 세계 최초로 한 것만 모아도 책 한 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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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르텔’의 클라우디오 루티 회장. 배경은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판타스틱:상상 사용법’전시장이다. [김경록 기자]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르텔’의 클라우디오 루티 회장. 배경은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판타스틱:상상 사용법’전시장이다. [김경록 기자]

“저는 서로 다른 디자이너, 서로 다른 철학, 서로 다른 창의성을 활용하는 걸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카르텔 가구를 창의적으로 다양하게 섞어서 사용하기를 바라구요.”

이탈리아 가구 ‘카르텔’ 루티 회장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자·소파 등 #40여 디자이너 작품 2700여 점 #오늘부터 디뮤지엄에서 선보여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르텔을 이끄는 클라우디오 루티 회장의 말이다. 카르텔은 플라스틱 소재에 뛰어난 디자인을 결합, 플라스틱 가구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꿔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루이 고스트’는 한국에도 꽤 알려져 있다. 등판이 둥근 고전적 형태에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자다. 이처럼 대량생산된 제품이자 각기 다른 디자이너의 작품으로서 카르텔 가구를 만날 수 있는 전시 ‘플라스틱 판타스틱:상상 사용법’이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14일 시작했다. 그동안 카르텔과 함께한 40여 디자이너의 가구를 중심으로 영상, 그래픽, 사진과 한국 작가들 작품 등 2700여점이 자리했다.

“가구 하나를 만드는데 1~2년이 걸립니다. 굉장히 많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이를 발전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들죠. 첫 번째를 만들기가 힘들고 그 다음부터 같은 걸 만드는 건 쉽죠.” 그는 “디자이너에게는 힘든 과정”이라면서도 “누구나 우리와 일하고 싶어해서 리스트가 퍽 길다”고 말했다. 디자인에 장기간 충분한 지원을 하는 데다 전세계 200여 매장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한 경영자는 아니다. 디자이너마다 오랜 시간 어울리며 디자인 과정에 적극적 소통을 나눈다. “디자이너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의 아이디어입니다. 혼자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함께 합니다. 최종 디자인은 가장 마지막 순간입니다.”

제작공정과 회사의 방향을 잘 아는 그가 직접 이러저러한 제품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중량 30kg의 플라스틱 소파 ‘엉클 잭’이 한 예다. 과거 3kg 정도의 의자나 가능했던 데서 출발해 단계적으로 발전시킨 노하우를 극대화한 시도다. ‘깃털 의자’도 그렇게 나왔다. “가벼운 의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피에로 리소니에게 전화를 했죠. 그는 새로운 재료를 찾는데 굉장히 뛰어나고 미니멀한 스타일이라 적합하다고 봤어요. 반대로 ‘루이 고스트’는 필립 스탁이 아이디어를 내서 아주 기념비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기술을 이용했죠.”

달리말해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는 디자인, 또 새로운 디자인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와 시도는 이 회사의 숨은 특징이다. 기술적으로 가장 도전적이었던 일을 묻자 루티 회장은 몸을 당겨앉았다. “어휴, 매일 매일이에요. 디테일, 제작공정, 소재, 주형제작…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전세계에서 처음 한 게 정말 많아요. 책 한 권은 쓸 수 있어요.” 그는 “혁신, 기술, 오랜 수명”을 강조하면서도 산업디자인의 중요한 특징을 짚었다. “우리가 새로운 걸 할 때는 단지 혁신을 위해서가 아니에요. 제품을 팔기 위해서죠. 고객은 혁신적이라고 사는 게 아니라 멋진 것을, 좋은 가격인 것을, 자기가 좋아하는 걸 사죠.”

그는 명품 패션 브랜드 지아니 베르사체에서 10년쯤 일하다 1988년부터 카르텔을 이끌고 있다. 60여년 전 카르텔을 창립한 화학공학자의 사위이기도 하다. 이런 그의 집이나 사무실은 어떻게 꾸며져 있을까. “여기가 거실이에요. 이 탁자는 할머니가 물려주신 거고 의자는 카르텔이죠.” 그가 보여준 사진에는 세월의 켜가 쌓였음직한 고전적 나무 탁자와 새로운 감각의 투명 플라스틱 의자가 제법 멋지게 어울린다. “저는 카르텔 가구와 다른 가구를, 다른 스타일과 다른 재료를 함께 섞는 걸 좋아해요. 다른 브랜드는 아니고 주로 고전 가구죠.”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4일까지.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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