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절벽' 현대중공업 오늘부터 순환휴직…조선업 취업자수 ‘뚝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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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일감부족에 시달리는 국내 조선업계가 구조조정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날부터 내달 22일까지 추석 명절 연휴를 제외한 5주 동안 조선사업 부문 인력 600여 명이 순차적으로 휴직에 돌입한다.

조선3사 하반기 구조조정 본격화 #현대중공업 유휴인력 5000명 예상 #조선업 취업자 감소율, 5개월째 20%대 넘어

 이번 순환휴직은 조선부문을 시작으로 해양·플랜트 부문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엔진부문은 이미 휴직에 들어갔다. 휴직은 1인당 5주씩, 7차례에 걸쳐 내년 5월까지 진행된다. 직원들은 이 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70%를 받는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모습. [연합뉴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모습. [연합뉴스]

 앞서 현대중공업은 수주 물량 감소로 하반기에 유휴인력이 5000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적으로 10년 전인 2007년 상반기에 현대중공업의 수주량은 290척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엔 20척에 불과하다. 배는 건조 과정의 특성상 수주계약을 따낸 뒤 1~2년, 많게는 3년이 지나야 본격적인 건조 작업에 들어간다. 2015년 정점을 찍은 뒤 추락하기 시작한 수주량 감소 여파가 올해 하반기 조선사들의 일감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 업황과 회사 경영이 동시에 악화하면서 2015~2016년 동안 3500명이 회사를 그만뒀다”며 “근로자들 입장에선 답답하고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휴직은 휴업과 동시에 진행된다. 회사 관계자는 “휴업은 사측의 경영사정 악화 등의 이유로 근로자의 동의 없이 직권으로 실시할 수 있고, 휴직의 경우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계열의 현대삼호중공업(구 한라중공업) 노사도 생산직원의 유급휴직 시행에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생산직원 2680여 명은 내달 16일부터 내년 6월24일까지 인당 5주씩 유급휴직에 돌입하게 된다. 직원들은 평균임금의 70%를 보전받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올 1월부터 사무직 근로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급여 10%를 반납하고 순환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생산직 근로자 6000여 명 역시 급여 10% 반납과 특근 제한 조치를 적용받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휴직 실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영국의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7471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다.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 2583만CGT, 일본 1612만CGT, 한국 1610만CGT 순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올 들어 8월까지 신규 수주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당장 하반기에 조선소를 가동할 일감은 뻥 뚫린 상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8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조선업종의 고용보험 가입자(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1800명 줄어 22.4%의 감소율을 보였다. 조선업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율은 지난 4월(22.1%)부터 5개월 연속 20%대를 기록하며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현황을 드러내고 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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